정성표 
김포정책연구원장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 22일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정부시정연설을 통하여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을 마련하겠다”라고 밝힌 이후 정시와 학종 논란이 뜨겁다. 어느 것이 더 공정한가의 논쟁이 주요 쟁점인데, 보는 이의 주관에 따라서 다양한 논의가 나올 수는 있을 것 같다.

대학입시는 수시와 정시로 나눌 수 있는데, 수시에는 학생부 교과(교과), 학생부 종합(학종), 논술, 적성, 특기자 등 다양한 전형이 있다. 평소에도 학종은 없애고 정시와 교과, 논술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이번 조치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면서, 정시확대를 주장하는 관점에서 학종을 옹호하는 사람들에 대한 반론을 몇 가지 적고자 한다.

먼저 정시 확대가 학생들의 창의성을 죽일 것이라는 주장에 대한 반론이다. 이는 창의성의 기본 개념과 학교 제도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 창의적인 활동을 하려면 기본적인 배경 지식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한 단계 높은 추론이 가능해야 한다. 따라서 고교과정에서는 기본 개념에 대한 이해와 정리, 그리고 암기가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지식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연구 활동을 대학에서 이뤄 나가야 한다. 연구를 하면서 기본 개념을 찾아볼 수는 없지 않은가? 지금도 많은 공대 교수들이 화학 이론을 설명하기에 앞서 수학 수업을 하여야 한다는 불만을 토로하고는 한다. 기본 개념의 부재가 대학 수업의 파행을 부른다는 것이다. 지금의 학종에서 대학에서 필요한 어떤 창의성을 기를 수 있다는 것일까? 대학교육에 대한 선행학습으로 행해지는 다양한 의미의 비교과 활동은 창의성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창의성을 키우는 토대를 죽일 뿐이다.

정시가 수시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들고 부자집 아이들에게 유리하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학종 컨설팅을 한 번이라도 받아본 학부모라면 이런 말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학종 컨설팅은 컨설팅 비용이 문제가 아니다. 그 컨설팅에 따른 학종 준비 과정이 돈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연구논문활동을 예를 들면 교사도 내용을 모르는 주제를 어떤 지도로 진행해 나간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학생들은 전체설계부터 세부진행까지 사교육에 의지하고 논문을 제출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학종의 스펙을 완성한다. 이 비용이 정시 준비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정시 합격생은 강남구 학생이 많다는 의견도 근시안적 태도이다. 최근 3년간 서울대에 입학한 부산, 대구, 인천, 광주의 학생은 325명으로 강남구의 347명보다 적기 때문에 강남구 편중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한다. 과연 그럴까? 모집단이 커야 결과의 정확도가 높게 나온다는 것은 상식 중의 상식이다. 이들 지역의 정시 지원자 수는 어떤지 먼저 살펴보아야 이 결과의 신뢰성을 인정할 수 있지 않을까? 상산고가 정시에서 압도적인 성적은 내는 것은 들어가는 학생들의 수준이 높은 이유도 있지만, 입학설명회부터 졸업까지 정시만을 바라보는 지도하는 학교이기 때문이다. 수시는 준비하지 않는다는 자세로 정시 위주의 교육을 펼치기 때문이다. 수시만을 바라보는 일반계고등학교가 대다수인 광역시와 자사고가 대다수인 강남구를 비교하는 자체가 모순이다.

나는 정시확대를 주장하지만 소외 계층, 일반고 학생에 대한 배려를 무시할 생각은 없다. 이런 학생들은 학종이 아니라 교과전형과 사회적배려자전형 확대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차별의 구제와 예방을 목적으로 인종·성별·국적을 고려하는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을 확립한 미국의 다양한 사례가 있다. - 여기에 대해서는 추후 기회가 되면 나의 미국 유학생활을 바탕으로 다양한 제도들을 소개하고 싶다. -

롤스의 정의론에 의하면 정의의 제1 원칙은 평등한 자유의 원칙으로 모든 사람은 동등한 기본적 자유를 최대한 누려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제2 원칙은 사회적 불평등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전제 조건 아래에서 인정될 수 있다고 했다. 가장 불리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익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는 차등의 원칙과 사회적 지위에 접근할 기회가 평등하게 부여되어야 한다는 기회균등의 원칙이 그것이다.

비록 정시가 이 모든 것에 적합하다고는 볼 수 없지만 학종에 비해서는 훨씬 더 정의의 원칙에 부합하는 전형이다. 그리고 패자부활전이 불가능한 우리 사회에서 패자부활이 가능한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패자부활전이 가능한 사회야말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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