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광식
전 김포대 총동문회장
전 파독광부협회 회장
전 경기도의원

중국 작가 스웨이의 <인생은 지름길이 없다>라는 책에는 심장을 뛰게 하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 중 한 가지. 영화배우 로이드가 자동차 정비소로 들어서자 여자 정비사가 그를 맞이했다. 빠른 손놀림에 예쁜 외모까지 갖춘 정비사는 단번에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정비사는 유명 배우인 로이드를 보고도 전혀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 이에 의아하게 생각한 로이드가 물었다. “영화 좋아하세요?” “네 좋아해요. 저는 영화광인걸요.” 정비사는 열심히 손을 놀리며 대답했다. 동작이 재빠른 그녀는 한눈에 봐도 숙련된 기술자임에 틀림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30분도 채 되지 않아 수리를 마쳤다. “다 됐습니다. 이제 운전하셔도 됩니다.” 로이드가 말했다. “저랑 드라이브 하실래요?” “아닙니다. 아직 할 일이 있어서요.” 그녀는 정중히 거절했다. “이것도 당신의 일 아닌가요? 제 차를 수리했으니 제대로 굴러가는지 점검해주셔야죠.” “네, 그럼 제가 운전할까요? 아님 직접 하시겠어요?” “부탁드리는 거니 제가 운전하겠습니다.” 차를 타보니 정비는 잘된 것 같았다. 정비사가 말했다. “아무런 문제없네요. 그럼 저는 이제 내려도 되겠죠? 아직 할 일이 남았거든요.” “저랑 같이 있고 싶지 않으세요? 영화를 좋아한다고 하지 않았나요?” 로이드는 정비사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게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이미 말씀 드렸다시피 저는 영화광이에요.” “그럼 제가 누군지 모르세요?” “어떻게 모르겠어요? 영화배우 로이드 씨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이리 무관심할 수 있죠?” “무관심한 게 아니라 소녀 팬처럼 열광하지 않을 뿐이에요. 당신이 배우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저도 제 일이 있기 때문이에요. 오늘 당신은 정비소를 찾아온 손님이고 저는 정비사로서 최선을 다해 차를 수리했어요. 당신이 유명 배우가 아니더라도 저는 오늘처럼 최선을 다해 차를 수리했을 거예요.” 여자 정비사의 말에 자신의 오만함을 깨달은 로이드는 침묵했다. 그리고 잠시 후 말했다. “감사합니다. 당신은 제게 큰 가르침을 주었어요. 다음에 또 정비소를 찾게 되면 당신을 찾을게요.” 이 이야기를 통해 두 사람 중 누가 인생을 주인공처럼 산다고 생각하는가? 유명 배우인가, 정비사인가?

명예와 이득을 추구하는 사람은 허영심이 강하다. 무대 위의 화려한 모습만 좇는다면 무대 아래의 고독과 적막을 이겨낼 수 없다. 세상에는 자기 인생의 주인으로 사는 사람과 노예로 사는 사람이 있다. 사람들은 모두 돈, 권력, 사랑 등을 갈구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행복과 인생을 낭비하기도 한다. 세상에는 명예를 누릴 가치가 없는데도 칭찬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사람을 두고 이른바 허명에 목을 맨다고 한다. 아무런 힘도 없는 사람이 대단한 권력을 쥔 것처럼 보이고 싶어 할 때가 바로 그렇다. 언뜻 명예는 좋은 것 같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명예를 남용하면 위험이 따른다. 최근 우리 주변에서 일어났던 몇 가지 일만 돌아봐도 허명을 추구하다 결국 실체가 탄로나 큰 곤욕을 치루는 사람들을 지켜볼 수 있었다. 그들은 어떤 방법으로 이름을 날릴 것인지 날마다 고민하고, 굳이 나가지 않아도 되는 자리에 자진해서 나가고, 부탁을 받은 것이 아닌데도 함부로 입을 놀리고, 필요 없는 행동을 해서 일을 방해하기도 한다. 공자는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걱정하지 말고, 내가 남을 알지 못함을 걱정해야 한다’라고 했으며, 또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이 없음을 걱정하지 말고 남들에게 알려질 만한 능력을 갖추도록 노력하라’고도 했다. 자신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나에게 이익이 되는 것은 무엇이며 손해가 되는 것은 무엇인지 아는 일이 먼저이다.

그렇다면 자기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일생을 걸고 자신의 마음과 몸을 수양하는 것이 자기답게 주체적인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기초라고 생각한다. 무도인으로 우리 검도를 연구하고 보급하는데 힘써오고 있는 이국노님이 제시하는 수양법을 생각하면서 지혜를 모아본다.

첫째,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이것이 몸에 배어 어느 순간 자리에서 일어나기 싫어도 즉시 떨쳐내고 일어난다면 언젠가는 바라는 일에서 좋은 결과를 거두게 되고 이는 자신을 인생의 주인공으로 인정하는 자긍심이 생긴다.

둘째, 약점 교정이다. 누구나 자기 자신의 약점을 세 가지만 써서 문 앞에 붙여놓고 지나칠 때마다 읽고 마음속에 되새기다 보면 약점을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자연적으로 떠오르게 되고, 이를 통해 주체적 삶을 위한 자신의 강점을 키울 수 있다.

셋째, 성급한 성격 조절이다. 조급한 사람은 안절부절 못해서 주변 사람들까지 덩달아 걱정을 하게 만든다. 이런 사람은 식사 때도 매우 성급하다. 일단 허겁지겁 밥을 먹는 자신의 모습을 깨닫고 이를 제어하려 노력하면 좋다. 반복하여 지속하다 보면 언젠가 자신도 모르게 성급함이 없어지고, 인생의 주인공으로 느긋하게 세상을 볼 수 있다.

넷째, 남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보는 습관이다. 어떤 사람을 보면 기분이 나빠질 때가 있다. 누구나 다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눈에 안 보이면 좋으련만 피할수록 더 자주 눈에 밟힌다. 이 때 싫다고 이 생각 저 생각 하지 말고 그 사람의 좋은 점만 관찰해보자. 장점을 보려고 노력하다 보면 점점 싫어하는 감정이 없어지고, 인생의 주인공으로 너그럽게 모든 것을 포용할 수 있다.

다섯째, 분노를 자제해야 한다. 이국노님은 검을 든 무사가 생명을 건 싸움에서 멀리해야 할 네 가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1. 놀라지 마라. 2. 겁먹지 말고 쪼그라들지 마라. 3. 의심하지 마라. 4. 혹하는 마음을 갖지 마라. 화를 내고 이성을 잃으면 전투에서 침착성이 없어져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출근할 때마다 마음속으로 ‘오늘은 화를 내지 말자. 우리 종업원은 식구다. 아주 소중하다!’라고 외친다고 한다. 이렇게 맹서를 하다시피 매일 반복하면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수양하다보면 어떤 일에서든 절대 흥분하지 않게 되고 결국 당당하게 인생의 주인공답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동서고금을 통틀어볼 때 성인들은 한결같이 잘 나갈 때 조심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런데 인생을 노예처럼 사는 사람은 자신이 별다른 노력을 들이지 않았는데도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갑자기 오만해지거나 우쭐대고, 본연의 일을 게을리 하거나, 다른 사람의 은혜를 잊고 기고만장해진다. 결국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인생의 불량품으로 살게 되는 것이다. 인생을 주인공으로 살고 싶은 사람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유리하다고 교만하지 말라. 무엇을 들었다고 쉽게 행동하지 말고, 그것이 사실인지 깊이 생각하여 이치가 명확할 때 과감히 행동하라. 벙어리처럼 침묵하고 임금처럼 말하며, 눈처럼 냉정하고 불처럼 뜨거워져라. 태산 같은 자부심을 갖고, 누운 풀처럼 자기를 낮추어라. 역경을 참아 이겨내고 형편이 잘 풀릴 때를 조심하라.”(잠보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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