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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부리 영감의 김포이야기] 온조 <147>

주몽이 졸본 땅에 근거를 두고 나라를 세운 뒤에 계루부의 대표 연타발과 그의 딸 소서노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연타발 부녀의 재물로 백성을 끌어 모으고 성을 쌓고 대장간을 만들어 무기를 만들었습니다. 비류와 온조 두 아들을 둔 과부 소서노는 남장을 하고 주몽을 따라다니며 일을 돕다가 혼인을 하게 되었습니다. 십팔 년 동안 주몽과 소서노는 힘을 합쳐 고구려를 강국으로 만들었습니다. 주몽보다 연상인 소서노는 자기가 죽으면 두 아들의 미래가 걱정되어 비류를 태자로 삼자고 졸랐습니다. 그러나 주몽이 차일피일하며 미루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주몽의 첫부인 예 씨와 유리가 찾아오자 소서노와 전 남편 사이에 낳은 두 아들은 처지가 곤란해졌습니다. 예 씨를 황후로 삼고 유리를 태자로 세우자 세 모자는 절망했습니다.

“할 수 없다. 우리가 이곳을 떠나 다른 곳에 나라를 세우자.”

예씨에 밀려 제2황후로 떨어진 소서노는 주몽에게 떠나겠다고 했습니다. 그대로 있다가는 목숨이 위험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결심이 굳은 것을 안 주몽은 많은 재물을 여행 경비로 내주었습니다. 소서노는 자신을 따르는 무리들을 이끌고 한강 근처의 산에 올라가 주변 지리를 살폈습니다. 신하들은 한강 남쪽의 넓은 평야를 도읍을 하자고 했습니다. 훈장이 말합니다.

“큰 아들 비류는 강보다 바다를 좋아했어. 서쪽을 바라보며 그쪽으로 가자고 했지. 지금의 제물포야. 그래서 패가 둘로 갈라졌는데 결국 비류와 소서노는 제물포로 가고 온조는 한강 남쪽으로 간 거야. 거기서 열 사람의 측근을 기용해서 십제라고 나라 이름을 지었지.”

훈장은 목이 마른지 사발의 물을 들이 키고 다시 말했습니다.

“제물포는 물이 짠 동네라 곡식이 잘 여물지 못했어. 반대로 동생 온조는 땅이 기름져서 농사를 질 지었지. 그래서 비류는 후회하고 자살을 했다고 해. 소서노와 나머지 사람들은 온조에 가서 십제에서 백제가 된 거야.”

훈장은 온조가 백제를 세운 과정을 말했습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이것뿐인 모양입니다. 훈장은 며칠 후에 다시 만나자고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나는 이야기를 듣던 아이들과 함께 서당을 나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공짜 재담을 들려준다고 해서 흥분했던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토정선생님의 방에 불이 켜져 있어 들어가 보니 무슨 책을 읽고 계셨습니다.

“삼국유사일세. 일연 스님이 지은 책이지. 단군 이야기가 적혀 있어.”

토정 선생은 내가 방금 단군 이야기를 듣고 온 것을 아신 모양이다. 살아 있을 때나 기인이고 죽었어도 다시 살아온 분이니 모르는 것이 뭐가 있겠습니까.

“선생님은 아셨습니까?”

내가 뭘? 하는 눈빛으로 쳐다보십니다. 시치미 떼는 것인지 진짜 모르는 것인지 헷갈립니다.

“아시잖아요. 제가 지금 원통이라는 훈장에게서 단군과 주몽이야기를 듣고 왔습니다.”

“그렇지. 온조 이야기도 들었지? 그래서 뭐?”

선생님이 그렇게 나오니 할 말이 없습니다. 우물쭈물 하고 있는데 선생님이 말합니다.

“자네도 재담의 폭을 넓혀 봐. 맨 날 시중에 떠도는 이야기만 하지 말고. 훈장은 그래도 어린 아이들에게 우리의 역사를 가르치잖아. 단군이고 주몽이고 지금 아는 사람이 있어?”

그 말이 맞습니다. 선비들도 중국 역사는 달달 외우면서도 우리나라 역사는 알지도 못하고 알려고도 하지 않으니까요. 그래도 지금 시대에서는 아는 이도 있고 몇 백 년 뒤에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뒤에는 상고사를 연구하고 광복해서 나라를 세운 뒤에는 열심히 알려고 하니까요.

“풍문은 꿈속에서 우리 역사를 단편적으로 배웠지? 텔레비전으로 말이야.”

선생님은 내가 영상매체로 배운 것을 말씀하셨지만 단편적으로 보았으니 공부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토정 선생님은 그 점을 지적하시는 것입니다.

최영찬 소설가

김포신문  gimpo12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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