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운 발행인

표현의 자유가 있고 인격권을 지킬 권리의 충돌이 SNS에서 악성 댓글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 국민은 사생활을 침해받지 않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도 있다. 댓글 실명제가 위헌이라면, 이제는 악플 방지법으로 교통범칙금처럼 악플 정도에 따른 교통범칙금 수준의 악플 범칙금을 부과해야 한다. 

배우이자 가수인 설리라는 25세의 젊은 연예인이 얼마 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유는 댓글로 표현되는 악플에 시달리며 우울증을 겪었고 어린 나이에 세상의 풍파에 이겨내지 못했다고 판단되어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설리는 JTBC에서 진행하는 <악플의 밤>이라는 프로그램에서 MC로 참여하며 자신의 악플에 대해서도 쿨하게 대처했던 것도 결과론적으로 보면 속마음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것도 연예 프로그램 출연에서는 괜찮은 척 넘어갔다는 것으로 추론된다. <악플의 밤>은 악성 댓글로 고통받고 있는 연예인들의 입장과 생각을 정리해주면서 악플 없는 세상을 만들자는 좋은 취지의 기획이었지만 정작 프로그램 진행자 중의 한 명의 솔직 담백한 말들을 꼬투리로 또 다른 악성 댓글들을 수없이 올림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악플의 전파는 악마처럼 사납게 마음을 헐뜯어버리는 위력을 발휘했다.

악플이던 선플이던 댓글은 통상 소시민을 대상으로 하지는 않는다. 유명세를 치르는 연예인이나 체육인, 정치인, 예술인 등이 타깃이다. SNS가 확산되면서 댓글은 통상적이며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면서 대체로 젊은 층과 청소년층에서 일상 생활화되고 있다. 엄지족이라는 말을 들을 만큼 스마트폰 자판을 두드리는 속도가 너나없이 빠르다. 초등생만 해도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최근 리얼미터의 여론조사를 보면 댓글 실명제 찬성이 69.5%에 달한다.

작년도 사이버 모욕과 명예훼손에 대한 고소·고발도 1만 6,000여 건에 달하고 있다. 드러난 고소·고발은 빙산의 일각이니 사이버상에서 일어나는 몹쓸 댓글에 모욕과 수치, 분노, 허탈, 좌절을 느끼는 당사자들의 심정은 어떠하겠는가! 내가 만나본 어떤 악플러는 이렇게 말한다. “그냥, 말했어요”“그것도 못해요, 내 자유예요” “뭐가 어때요, 나보다 이쁘잖아요, 잘 입잖아요” 놀라울 정도로 태연하고 당연하다. 그게 즐거움이고 재미란다. JTBC의 <악플의 밤>은 4개월 만에 중단했지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머리 깎은 연예인 홍석천은 자신이 게이임을 당당히 밝힌 용기 있는 연예인이다. 그는 <악플의 밤>에 출연하여 자신의 악성 댓글들을 줄줄이 읽어갔다. 얼굴색이 흙빛이 되는 모습을 보는 시청자들도 안타까운 마음인데 아무리 용기 있는 사람이라도 전 국민이 보는 공개적 자리에서 자신을 힐난하고 비열하게 꼬아버린 문장들을 읽는다는 것 자체만 해도 얼마나 큰 수모이겠는가! 하물며 여성 연예인들이 겪었을 비참함과 모멸감은 아마도 죽을 때까지 기억 속에 자리할 것이다.

공공연한 악플들이 SNS를 가득 채우는 것이 당연시되는 세상에서 JTBC가 악플에 대한 개선이나 방향 전환을 모색하는 선의의 기획의도가 있었다 하더라도 민심은 그것을 액면 그대로 믿지 않는다. 스타와 악플이라는 재미를 이용한 흥미만점의 스릴을 보여주고 유명 연예인을 쩔쩔매게 하여 시청자들의 어딘가 비어있는 조소하는 마음 구석을 채워서 악성 댓글을 당연한 공공성의 영역으로 이끌게 했다는데 유감을 표한다. 방송의 공공성이 비난받아 마땅하다.

우리는 헌법에 명시한 바와 같이 기본권인 인격권을 지키고 지켜줄 권리와 의무가 있다. 반면, 표현의 자유 또한 국민의 권리 중 하나다. 댓글을 쓸 권리는 표현의 자유다. 문제는 그 댓글로 상대방 누군가가 인격권에 침해가 갔다면 그에 대한 징벌이 있어야 정당한 사회다. 공식적인 언론들도 표현의 자유에서 어긋난 지나친 행위들은 그에 합당한 벌을 받는 것처럼 개인들도 악플에 대한 제재를 법으로 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댓글 실명제가 표현의 자유를 침범한다면, 그래서 2012년 헌법소원에서 위헌으로 실명제가 판명 났다면, SNS가 활개 치는 시대인 지금은 적어도 해당 본인의 고소·고발이 없더라도 검·경에서 판단하여 교통사고위반처럼 SNS 댓글 위반 시 벌과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제재라도 하여야 부정적이고 비상식적 세상으로의 흐름을 차단하고 정상적이고 긍정적 사회로의 선한 세상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국회에서도 악플 방지법(일명: 설리법)을 도입하는데 관심을 갖고 있다. 기왕 할 거라면 빨리하기 바란다. 댓글에 관심 있는 그리고 참여하고 있는 분들께 말하고 싶다. “당신의 형제자매에게도, 둘도 없는 친구에게도 그런 무지막지한 악플을 날릴 수 있는가?” 누군가 당신에게 “정말이지 개념 없다, 너는 왜 사냐? 아직 시집도 못간 게 잘난 척은! 진짜 이유가 뭐냐? 장가도 못간 게 직장도 없냐?”누구든 끔찍한 말이다.

나 혼자만 사는 세상은 아니다.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내가 사는 보람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도 만나게 된다. 타인도 결국은 이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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