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아
김포청소년영화제
운영위원장
마을문화공동체
사회적협동조합 이사

“나는 오갈 데가 없는 게 아니라
잠시 어떤 이유들로 여행 중인거야.”

- 영화 ‘소공녀’ 시나리오집 중에서 -

하루 한 잔의 위스키와 담배 한 가치 그리고 사랑하는 남자친구만 있다면 더 바라는 것이 없는 청년 가사도우미 ‘미소’. 새해가 되자마자 부리나케 월세가 오르고 담배와 위스키 가격마저 훌쩍 올라버렸지만, 일당은 그대로. 그녀가 결국 포기한 건 위스키나 담배 같은 기호식품이 아니라 생존이 걸린 ‘집’이다. 커다란 배낭과 트렁크에 필요한 만큼의 물건을 담아, 대학 시절 한 때 같은 꿈을 꾸며 밴드활동을 했던 친구들의 집을 하나씩 찾아간다. 보통의 현실에 적응한 옛 친구들의 모습을 보고 그들과 한집에서 생활을 함께 하지만, 미소는 변함없이 영양섭취보다는 심리적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기호식품을 선택하는 자신만의 삶의 가치를 고수한다.

자본주의의 부작용으로 빈부격차가 벌어질수록 그 욕망과 비례하여 포기와 절제의 방법과 기술도 다양해진다. 큰 집, 큰 차, 화려한 휴가보다 작은 집과 대중교통, 적은 비용으로 다녀올 수 있는 여행이 요즘 청년들의 소비트렌드가 되었다. 영화는 결국 한강 옆에 텐트를 치고 살아도 죽지 않고 잘 버티고 살아간다는 주인공의 희망적인 결말을 보여준다. 청년이 미래를 준비해 차곡차곡 저축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음악을 하고 자신만의 이야기가 담긴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영화를 찍으며 영양섭취가 아닌 기호식품을 영양식으로 선택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그들의 삶이고 누구라도 간섭하거나 훈계할 거리는 아니다. 삶의 가치는 인간 각자의 개체만큼이나 다양하고 참과 거짓을 판단할 수 있는 단순한 명제도 아니다.

영화 ‘소공녀’를 보고 나서, 가성비 가장 낮은 ‘바’같은 비싼 곳은 일체 쳐다보지 않던 나도, ‘바’에서 ‘위스키 한 잔’으로 하루를 달래는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되었다. ‘생과 사’ 같은 이분법적 선택이 아닌, 각자의 삶과 뜻을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자는 영화의 메시지를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감의 여유를 나는 희망한다.

<구성 : (사)한국문인협회 김포지부 고문 이재영>

저작권자 © 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