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속의 섬
허영숙
배수가 안 된 옥상에 빗물 호수가 생겨났다
호수에 사각형의 하늘이 잠겨있다
그 위로 구름이 흘러가고
한 무리의 새떼들이 흩어지지 않고 지나간다
호수는 섬 하나 품고 있었다
절룩거리는 다리를 가진 낡은 의자
구부러진 안테나가 있는 구형 텔레비전
무엇인가 길렀던 흔적이 남은 스티로폼 흙 상자들
끈끈한 지문이 닿아 폐기물 딱지 한 장에
손 흔들고 보낼 수 없는 것들은 모두 옥상으로 간다
옥상은 낡은 것들이 모여 있는 또 다른 섬
호수 한 중앙에서 물 그림자로 펄럭이고 있는
맞은편 치매병원 게양대에 걸린 국기를 본다
소견서 한 장을 내밀고
늙은 노모를 고독한 호수에 유배시키고 돌아오는
-어머니 낡았으니 이제 여기에 두고 갈게요-
불편한 뒷모습을 서투르게 정돈하는
한 사내의 모습도 보인다
[프로필]
허영숙 : 시안 등단,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바코드][뭉클한 구름],2016 부산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시 감상]
어쩌면 우리들은 모두 마음속에 섬 하나 키우며 사는지도 모른다. 그 섬에 내가 유배시킨 것은 저만치 떠밀어놓고 싶은 것들, 이를테면 미련, 애증, 책임, 의무, 가장, 내다 버리지 못하고 떠안고 있는 낡은 것들, 기일 지난 공과금 영수증, 그리고 지난여름에게 할퀸 상처 등등이다. 물 한 접시 떠서 가만히 들여다보자. 내가 있다. 물속에. 거기가 섬이다. 가을이 점점 깊어간다. 이 가을에 어쩌면 섬 하나 더 들여놓을 것 같다. 기존의 섬은 포화상태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김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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