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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김포문학신인상 청년부 당선작 <청춘>

허 가 영

2000년생, 김포시 장기동

실수해도 돼. 넘어져도 돼. 선생님이 손 내밀어 줄게. 대신, 기죽지는 마. 많이 아파야 하는 나이. 너는 청춘을 걷고 있으니까.

나는 어린 시절 마음을 너무 크게 다쳤다. 내가 살아오며 다친 상처 중에서 가장 큰 상처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크기다. 피가 보이는 상처일 경우에는 소독 후 빨간약을 바르면 치료가 된다. 그러나 이 상처에는 마땅한 약이 없어서 시간이 지날수록 상처가 커지고 있었다. 이 상처의 이름은 ‘너 때문이야’, ‘너만 아니었어도 우리가 이길 수 있었어’였다. 이 상처의 탄생은 발야구의 향이 가득 담겨있는 아이들의 신발주머니였다.

이 주머니는 내 인생의 발목을 세게 잡았다. 발목에도 멍이 들까 봐 쉽게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앞을 볼 시간도 없이 시간이 흐르고 또 흘러서 청춘의 시작점에 도착했다. 꽃보다 더 아름다울 나이, 새로운 도전을 하기에 딱 좋은 나이 20살이다.

나의 주변은 땅 위로 피어나는 파릇한 새싹, 나는 비틀거리고 힘없는 새싹이었다. 파릇파릇한 새싹들은 어엿한 성인이 되겠다고 힘차게 노를 젓는데 나는 그 반대 방향으로 노를 저었다. 노를 저어서 힘들게 도착한 곳은 선생님 앞이었다.

“선생님, 저는 앞을 볼 수가 없어요. 앞으로 갈 수도 없어요. 새싹을 보면 볼수록 마음에서 햇빛이 사라져만 가요. 눈으로 빛을 바라볼 수가 없어요.”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약이 없는 상처는 없어. 대신 상처를 겉으로 드러내야 약을 바를 수 있는 것이야. 선생님이 그 상처를 좀 봐도 될까?” 아물지 않은 상처를 보여드릴 때 상처가 너무 쓰려서 눈물이 흘렀다. 악을 쓰며 통증을 견디는 나의 마음에 따뜻한 손 하나가 올라왔다. “지금은 통증이 좀 어때?” 선생님의 손은 마법 같았다. 배가 아파서 통곡하는 아이에게는 어머니의 손이 약손인데, 나의 오래된 상처에는 선생님의 손이 약손이었다. 통증이 사그라들고 있었다. 그 틈을 탄 선생님께서는 내가 그동안 어디에서도 구하지 못한 약을 찾아내셨다.

이 상처는 사고를 치고 많이 넘어져야 낫는 상처였다. 어린아이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기죽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야 낫는 상처였다. 얻고 싶은 물건이 있다면 드러누워도 보고 친구들과 함께 칭, 칭, 챙, 챙, 칼싸움도 해봐야 낫는 상처였다. 난 오래되고 쓰라린 상처에서 해방되고 싶은 심정에 동심으로 들어가고자 마음먹을 수 있었다. 친구 한 명과 칼싸움을 했다. 어린아이들의 놀이라고도 볼 수 있는 칼싸움이 청춘에게도 좋은 기억, 색다른 추억으로 간직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할수록 나의 얼굴이 활짝 펴지고 있었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아야 낫는 상처임이 확실하다고 판단되었다.

한참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악!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커다란 통증과 놀람이 만들어 낸 비명 소리였다. 바닥에는 새빨간 핏 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빨간 웅덩이가 점점 커질수록 나의 시선은 갈 곳을 잃고 있었다. 청춘은 꽃보다 아름다운 시기인데 나의 청춘은 절벽 끝에 서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슴이 쿵쿵 뛰었고 귀도 제 기능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큰 범죄를 저지른 범인 마냥 초조하고 불안했다. 친구의 손바닥이 깊게 찢어졌다.

상처를 치료할 수 있었던 약을 타고 바다에 나갔다가 큰 폭풍우를 만나서 다시는 돌아올 수 없을 것 같은 길을 걸어갔었다. 그늘진 얼굴을 푹 숙이고 선생님을 찾아 나섰다. 터벅터벅, 나의 목적지는 나의 상처를 치료할 줄 아시는 의사 선생님 앞이었다. 선생님을 보고, 목소리를 듣자 불안했던 눈동자에서 눈물이 터져 나왔다. 따뜻한 손등이 눈물을 식혀주었다. 넘어져서 아픈 상처에는 따뜻한 손등이 약이라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친구의 부모님께 야단을 맞았다. 20살이면 20살다워야 하는 것이 아니냐. 이 말을 들은 나는 풀이 죽어서 고개를 숙인 채 땅만 보고 있었다. 수화기 넘어서 들리는 목소리에 그 어떤 말도 꺼낼 면목이 없었다. 20살답지 못한 청춘을 살아가는 것일까 하는 불안함 때문이었다.

과연 20살다운 행동이 어떤 것일까? 20살다운 행동이라···. 쉽게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었다. 신생아는 울음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다가 성장하며 언어를 배우고 결국에는 언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울음은 신생아의 언어일 뿐 신생아다운 행동이라 보기는 어렵다. 어른이 되어서도 슬픈 감정과 기쁜 감정들을 주로 울음으로 표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언어를 주된 감정 표현법으로 사용하는 사람도 있다. 울음을 사용하여 감정 표현을 하는 것은 나이다운 행동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의 특성일 뿐이다.

20살도 20살다운 행동도 마찬가지다. 20살도 칼싸움에 재미를 느낄 수 있고, 20살도 다른 나이대처럼 실수할 수 있는 나이다. 오히려 20살, 청춘이기에 실수가 더욱 필요한 것이다. 청춘, 20살 시절에 많이 넘어져 봐야 진정한 어른이 되어서 장애물을 피해 갈 수 있는 것이다. 나 또한 훌륭한 어른으로 성공하기 위해 실수를 해 본 것이다. 칼싸움을 하는 행동이 나쁜 행동이 아니라 칼싸움을 할 때는 늘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던 실수였다. 처음에는 내가 저지른 실수에 대해 겁을 먹었다가 진정한 어른의 손길을 거쳐 실수를 이겨낼 수 있었다.

20살, 진정한 어른이 되어가는 단계의 청춘에게 필요한 것은 진정한 어른의 따뜻한 손길이다. 늘 실수를 반복하는 청춘을 일으켜 줄 따뜻한 손길. 많이 아파야 하는 나이. 너는 청춘을 걷고 있으니까. 따뜻한 말 한마디.

 

<당선소감 / 허가영>

소중한 기회를 만들어주신 ‘제4회 김포문학 신인상’의 모든 관계자분들께 감사하다는 뜻 전해드립니다. 지금은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이 되셨지만, 저의 앞길을 환하게 비춰 주시는 것만 같은 선생님을 ‘존경’이라는 단어에 조심스럽게 새겨 봅니다. 늘 저의 작품을 따뜻하게 바라봐 주시는 모든 분들을 ‘감사’라는 단어에 담아 봅니다.

저는 이번에 두 친구와 소중한 인연을 맺었습니다. <청춘>, 그리고 <끊어질 수 없는 실>. 이 친구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그동안 제 마음속에서 맴돌았던 목소리를 두 귀로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두 글을 창작했던 시간 속의 저는 그동안 무심코 지나친 색다른 모습의 저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나에게 소중한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특별한 생각이 되어주는 길 위에 서있었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어느 순간부터인지 벌어지고 있었던 틈을 실로 꿰매어 소중함을 품에 안을 수 있는 여행길을 걸어가는 중입니다. 사람들의 앞길을 밝혀줄 빛을 써 내려가는 여행길이 될 것이라 굳게 믿습니다. 과연 이 빛은 어떤 모습으로 사람들의 마음속에 새겨질까요? 이 빛은 저의 바램처럼 많은 분들의 앞날을 환히 비춰주는 빛의 모습이 되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김포신문  gimpo12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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