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

 

고증식

 

왜 다 헐리고 없는지 몰라

고향집 지척에 두고

그렇게 발걸음 한 번 하기 어렵더니

무슨 날만 되면 지병처럼 쿡쿡

꿈속을 달려와 찔러대기도 하더니

맘먹고 찾아온 추석날 아침

왜 묵은 콩밭으로 변해 버렸는지 몰라

낡아가는 지붕 아래

늙은 홀아비 혼자 산다고도 하고

홀어미 한숨으로

손주 놈 하나 붙들고 산다는 풍문만

잡초처럼 무성하더니

어릴 적 놀던 마룻장 떨어지고

왜 기왓장 쪼가리만 뒹구는지 몰라

몰라 정말 몰라

그리운 것들 왜 빨리 무너져 내리고

나는 늘 한 발짝 늦는 것인지

 

[프로필]

고증식 : 강원 횡성, 한민족 문학 등단, 시집[환한 저녁][단절]

[시 감상]

곧 추석이다. 갈수록 추석의 의미가 퇴색한다. 고향, 조상, 성묘, 벌초, 친척, 제사, 이런 단어들은 정말 그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단어일까? 혼밥, 혼술 등은 경제가 어려운 탓도 있지만 정작 情이라는 것 앞에서 내가 나를 낯설게 하는 행위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일 년에 한 번이다. 고향이 어렵다면 살았던 곳이라도, 갈 수가 없다면 진심을 담은 따듯한 전화라도, 이것도 저것도 어렵다면 늘 한 발짝 늦는 나를 되돌아보자. 독자 여러분의 즐겁고 차분한 한가위에 환한 보름달을 안겨드리고 싶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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