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의 무게
 

김승해

 

나무 한 그루, 베어지고 없다

 

감또개 떨어지면 떫은 풋그늘도 제법 만들던

남의 집 나무

창만 열면 보이던 감나무가

아침에 보니

없다

 

나무 없는 이 자리로

바람이 왔다가 멈칫거릴 순간

새들이 왔다가 길을 잃을 순간

그런 순간 같이

내 것 아닌 것이

내게로 걸어와 내 앞에서 멈칫거리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은 안 보이던 것들이

새삼 두렷두렷 만져지기도 했다.

 

까치가 물어온 가지들이 허공에서 쏟아진다.

저, 없는 자리를

허공의 무게라 하자

 

[프로필]

김승해 : 경북 대구, 계명대 대학원 문예창작과 수료, 2005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 감상]

난 자리와 든 자리의 차이쯤일까? 늘 있던 것들이 없을 때 그 당혹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항상 곁에 있을 땐 모른다. 없을 때 그렇게 허전할 수가 없다. 존재라는 것, 어쩌면 허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 역시 허상이 아니면 존재 역시 허상이 아닌 것이다. 곧 추석이다. 늘, 일상처럼 존재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만, 인사라도 나누자.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 것이 사람이거늘, 있을 때 잘하자.
[글/김부회 시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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