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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보도]갈 곳 잃은 노인들복지관․경로당 외에 갈 곳 없어 공원 벤치 전전

- 여가시설을 넘어 건강과 문화 담아내는 공간 필요

한 낮의 온도가 30도를 훌쩍 넘는 8월 중순, 본사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사우5통 마을회관 옆 경로당을 찾았다. 굳게 잠긴 자물쇠가 눈에 들어왔다. 다른 경로당을 찾아나서야 하나 하며 돌아서는 찰나, 경로당과 마주한 공원 벤치에서 한 할머니가 기자를 부른다.  

사우동에 홀로 거주하는 이 모 할머니(79세). 장을 보고 오는 길에 얼마 전 다친 다리도 쉴 겸, 더운 날씨에 물이라도 한 잔 마실 겸 찾았는데 문이 잠겨있다고 어찌된 일인지 물었다. “다 큰 자식들 내보내고 혼자 월세 20만원 방에 살고 있다”는 할머니는 원래 경로당에 다니지는 않는다고 했다. 노인복지관도 가지 않고, 하루 종일 방에서 텔레비전을 틀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테레비가 지긋지긋해도 그것밖에 할 게 없어”라며 가끔 장을 보러 나오는 것 외에 바깥출입은 안 한다고 했다. 딱히 갈 곳도, 만날 사람도 없다면서 노령연금과 자식들이 보내주는 생활비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일은 안하시냐는 질문에 “여든 살 먹은 사람을 누가 써!”라며 일할 생각도 없다고 했다.

공원에 또 다른 어르신이 오셨다. 굳게 잠긴 출입문을 보며 “어쩐 일이래~”라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경로당 회원으로 가입했다는 김 모 할머니(73세)에게 경로당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회원으로 가입한 어르신은 20여 명이고 그 가운데 매일 나오는 어르신은 10여 명이다. 회비는 1년에 한 번씩 내는데 당번을 정해서 점심을 준비하고, 경로당 정리를 한다. 점심은 보조로 나오는 쌀(양곡 지원)로 밥을 하고 동사무소(행정복지센터)에서 김치와 양념거리를 지원해 주는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해서 당번이 사비로 반찬거리를 해오거나, 사가지고 와서 함께 식사를 한다. 대부분 오전에 나와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윷놀이를 하거나 이야기를 나누고 경로당이 문을 닫을 때(보통 오후 5~6시 정도) 돌아간다고 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서예를 하는 사람이 와서 글쓰기를 배우기도 하지만 특별한 프로그램을 따로 운영하지는 않는다. 냉․난방은 잘 되고 시설에 딱히 불만은 없지만, 경로당 정비 및 점심식사 관련 봉사자 지원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평일 오후 4시경 취재를 위해 방문한 경로당 출입구가 굳게 잠겨있다. 평상시에는 5~6시경 닫는다고 했다.

더욱 소외되는 노인들
김포시 노인인구는 약 5만여 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11.6%를 차지한다. 이미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은 것. 이에 따라 시에서는 다양한 노인복지정책을 마련하고 이를 실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사회에서 어르신들이 설자리는 계속 줄어들고 있는 현실이다. 정보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각종 편의시설이 늘었지만 이것들이 오히려 어르신들을 불편하게 만들기도 했다. 은행 ATM 기계 앞에서 버튼을 잘못 눌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르신을 본 적이 있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자동주문 시스템, 현금 없는 가게도 어르신들에게는 생소하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많은 어르신들 역시 정보화 시대에 발맞추어 가고 있지만, 그 반면에 이러한 정보기술의 혜택에서 소외당하는 어르신도 많다.

어르신들의 사회구성원으로서 참여를 독려하고 경제적 안정을 위해 마련된 노인일자리도 부족하다. 이 날 만난 김 할머니는 학기 중 등굣길 안전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하루 세 시간, 한 달에 약 열흘 정도 나가 횡단보도 안내를 하고, 학교 주변 정돈을 한다. 이렇게 해서 한 달에 27만 원 가량을 받는다. 국민연금과 노령연금에 노인일자리 보수를 합쳐 생활한다. 공과금, 세금 등을 내고 나면 빠듯한 생활이지만 그래도 일을 하는 것이 보람이라며 “노인들이 일을 하고 떳떳하게 돈을 받을 수 있는 자리가 많아지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시에서는 노인일자리 확대에도 애를 쓰고 있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건강과 문화를 지킬 수 있는 공간조성 필요
몇 해 전 수도권의 한 지자체에서 경로당을 없애고 아이들의 체험공간으로 조성해 문제가 된 경우가 있었다. 노인인구 감소로 경로당 사용자가 줄어 다른 시설로 변경했다고 하지만, 도리어 해당지역의 노인 인구수는 꾸준히 증가추세였다. 경로당이 폐쇄되면서 이곳을 이용하던 어르신들은 집 앞 또는 동네 산책길을 걷거나 이웃집을 찾아가 시간을 보냈다. 노인인구는 증가하는데 이에 맞는 쉼터 및 공간이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 

김포시의 경우, 관내 두 곳의 노인복지관과 200여 개의 경로당이 있다. 하지만 사우동에 위치한 김포시노인종합복지관은 이미 포화상태이고, 김포시북부노인복지관 역시 꾸준히 회원이 증가하면서 프로그램 역시 정원보다 많은 신청이 들어오고 있는 실정이다. 2014년 개관한 북부노인복지관은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어 저렴하게 노인들이 여가활동과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다. 북부권 5개 읍면과 구래동 및 장기동 일부 지역의 어르신들이 북부노인복지관을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2개의 노인복지관 위치상 한강신도시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이 복지관 활동 참여가 쉽지 않다는 문제도 있다. 결국 가까운 곳을 찾아보니 경로당을 찾는 어르신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최근 들어 경로당의 변신을 꾀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경남에서는 몇 해 전 1경로당 1일감 찾기 사업을 펼쳐 경로당이 휴식의 장소를 넘어 소일거리로 활력이 넘치고 생산공간 및 공동작업 공간으로 정서적 안정 및 일정액의 소득 창출을 가능하게 하는 사업을 펼쳤다.   
서울시의 개방형 경로당 운영정책도 눈여겨 볼만 하다. 어르신들만의 공간이었던 경로당을 작은복지센터형 경로당으로 리모델링해 일반 주민에게도 개방하고 있다. 영등포구는 권역별로 열린경로당을 조성해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세대 간 소통의 공간을 만들었다. 동작구는 경로당에 어르신들의 건강에 맞춘 체력단련, 활력충전, 배움충전 공간을 조성했고 이 역시 지역주민과 함께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단순히 여가시설이 아니라 어르신들의 문화와 건강을 담당하고 지역주민과 소통의 시설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의학의 발달로 기대수명이 높아지고 교육수준도 향상됐다. 나이가 많다고 내몰리는 것이 아니라 경험 많은 어르신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일자리가 필요하고, 어르신들이 건강한 노후생활을 위한 정책적 지원도 뒤따라야 한다. 눈 깜짝할 새에 시작된 고령화 사회에 대한 국가, 사회, 공동체의 관심이 절실하다.

이유경 객원기자  gimpo12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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