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담 풍을 계속하니 아이들이 흉내 내며 따라 했습니다. 이럴 때 재미있는 후속편이 있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다음 이야기를 해달라고 졸랐습니다. 나는 이때를 이용해 양성지 가문에 대해 이것저것 궁금한 것을 물었습니다. 집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사느냐부터 집안일은 누가 어떤 일을 하느냐도 물었습니다. 아이들은 재담 들을 욕심에 상세하게 들려주었습니다.

“그래, 옛날에 어떤 훈장님이 계셨는데 몰래 엿을 선반 위에 올려놓고 잡수시는 거야.”

훈장은 아이들의 손이 미치지 않은 곳에 엿을 잔뜩 쌓아놓고 틈틈이 꺼내 입에 넣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부터 매일 엿이 없어지는 것을 알았습니다. 훈장님이 외출하면 서당의 장난꾼인 꾀돌이가 기다란 줄이 달린 엽전을 꺼내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을 휘휘 몇 번 돌리고는 선반 위에 던지니 엿이 철컥 붙어서 떨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엿을 훔쳐서는 아이들과 함께 나눠 먹었습니다. 여기까지 말하고 중단하니 아이들이 빨리 하라고 난리를 핍니다. 이제는 대포 포구의 여러 가지 사정을 물어보았습니다. 요즘 들어 바다를 메워 토지로 만드는 간척사업을 한다는군요. 그래서 제가 살던 시대와 풍경이 많이 달라진 모양입니다.

“그래, 다음 이야기를 해주마. 꾀돌이는 훈장님이 눈치 채고 엿을 치운 것을 알고 또 꾀를 냈어. 다락에 꿀단지를 넣고 몰래 퍼먹는 것을 보았거든. 이것을 아이들이 본 거야. 훈장님이 얼른 시치미를 떼고 이것은 어른은 먹어도 괜찮지만, 아이들은 먹으면 곧바로 죽는다고 거짓말을 한 거야. 그 말에 순진한 아이들은 속았지만, 꾀돌이가 넘어갈 리가 없지. ”

어느 날, 훈장님이 장을 보러 갔습니다. 가기 전에 자신이 가장 아끼는 벼루를 가리키며 절대 가까이하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꾀돌이는 훈장님이 장을 향해 가는 것을 보고는 아이를 엎드리게 하고 등을 타고 다락방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는 훈장님이 아끼시는 꿀단지를 꺼내서는 친구들과 맛있게 먹어 치웠습니다. 달콤한 꿀을 실컷 먹었지만, 빈 단지를 보고 아이들은 걱정했습니다. 훈장님이 가만 놔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꾀돌이는 걱정하지 말라고 하고는 벼루를 집어 들어 방바닥에 힘차게 내리꽂았습니다. 와지작. 내가 벼루를 깨는 시늉을 하자 아이들이 놀라서 뒤로 넘어갑니다.

“아이들이 놀라서 어쩔 줄 몰라 했지. 훈장님이 아끼던 꿀을 먹은 것도 부족해서 벼루마저 깨버렸으니 큰일 났지. 하지만 꾀돌이가 하는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어. 너희들이라면 어떻게 하겠니?”

내가 묻자 아이들은 도망가서 숨는다, 나는 안 그랬다고 한다는 등 여러 가지 말로 떠들었습니다. 참으로 순진한 아이들 같은 말입니다. 내가 말을 이었습니다.

“훈장님이 장에서 돌아왔을 때 방안에 누워있는 아이들을 보았지. 그리고 그 곁에는 텅 빈 꿀단지와 깨진 벼루를 보았어.”

나는 기절초풍하는 시늉을 하고 나서 말을 이었습니다. 훈장님은 기가 막혀 꾀돌이에게 사정을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아이들과 방에서 놀다가 훈장이 가장 아끼는 벼루를 실수로 깼다고 합니다. 그래서 죽으려고 꿀을 먹고 죽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훈장님은 자신이 거짓말을 한 것이 있기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훈장님 골린 이야기가 교육상 좋은 재담은 아니지만, 맨날 훈장님에게 야단만 맞는 아이들은 이야기가 재미있었나 봅니다. 약간 마음에 찔려 교훈적인 이야기를 하기로 했습니다. 이곳 통진에서 있었던 일을 잠시 생각하다가 손돌 이야기를 해주기로 했습니다.

“너희들 손돌이라는 사람 이야기를 들어 보았니?”

제가 염하에 갔을 때 손돌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러면 백여 년 전에도 이런 이야기가 있었을까요. 저는 그것이 궁금했습니다.

최영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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