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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부리 영감의 김포이야기] 이빨 빠진 훈장 <137>

다음 날 아침. 고기반찬이 상에 오른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양성지 가문에 들어와 좋은 대접은 받았지만, 오늘 밥상은 특별했습니다. 아마도 어제 말더듬이를 고칠 수 있다는 기쁜 소식에 청지기 지성안이 특별 배려한 모양입니다. 양동이가 밥을 다 먹고 트림을 하고 묻습니다.

“내가 깜빡하고 자지 않았더라면 멋진 구경을 할 뻔했네.”

미래에 대한 기억이 점차 사라지면서 뱃속의 혹도 줄었는지 한결 가벼운 몸으로 말했습니다. 아마도 예전에 걸포에서 김우희를 본 것을 잊었나 봅니다. 하지만 어제 양동이가 같이 갔어도 지성안처럼 보지 못할 것입니다. 토정 선생은 말없이 생각에 잠겨 있습니다.

“이보시오, 풍문. 정말 그 여의사가 고칠 수 있다고 했소.”

“그렇소이다. 대충 상태를 말했지만, 확실히 하기 위해 기록을 해서 전달해 주기로 했소.”

양동이가 쩝하고 입맛을 다시더니 말했습니다.

“집안에서 내려오는 말에 할아버지께서 말 더듬는 것을 고쳤다는 것은 없소.”

그 말에 나는 토정 선생을 흘끗 보며 물었습니다. 선생의 답은 간단했습니다.

“그래도 눌재는 분명히 말 더듬는 것을 고친다. 그래서 내가 따라온 거야.”

토정 선생은 눌재 양성지 대감이 말을 더듬었기에 목숨을 보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예부터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고 했다. 아무리 머리가 명석해도 윗분을 설득하지 못하면 인정받지 못한다. 더구나 양성지처럼 말을 심하게 더듬는 사람의 말을 누가 듣겠는가. 그래서 사람과의 접촉이 적은 출판직이나 행정을 맡았다. 다행인 것은 집현전에 있었지만, 계유정난이나 사육신난에 연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세조가 수양대군으로 있을 때부터 총애 받고 말 대신 글로 좋은 제안을 많이 해 인정받을 수 있었다. 끝없이 많은 글을 임금에게 올려 점차 승진했다.

“눌재가 말을 보통 사람처럼 했더라면 벌써 죽임을 당했을 거야. 말을 못하니 역적들이 음모에도 끼워주지 못한 것이지. 이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 이제 말문이 트일 때도 되었고.”

나와 양동이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아침상을 물리고 밖을 나갔더니 동네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듭니다. 내가 재담꾼이라는 것을 알고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르는 것입니다. 아이들을 가까이하는 것도 이 동네 사정을 파악하는데 좋을 것 같아 느티나무 아래로 모았습니다. 아이들에게 서당을 다니냐고 물으니 몇 명 빼고 모두 다닌다고 답했습니다.

“음, 서당을 다니는구나. 훈장님은 어떤 분이냐? 이는 튼튼하시냐?”

내 물음에 훈장이 나이가 마흔도 되지 않고 이도 튼튼하다고 대답했습니다.

“좋아, 내가 어렸을 때 동네 서당에 다녔거든. 그런데 훈장님이 연세가 많으신 분이야.”

이야기는 내가 꾸민 말입니다. 저는 서당에 다닌 적이 없습니다. 입산하기 전에 토정 선생의 초막에서 잠시 한문 공부를 하긴 했지요. 그래서 제가 지금까지 스승님으로 모시는 것입니다. 어쨌든 내가 겪은 것이라고 해야 재미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어느 날 아침에 밥을 먹는데 우지끈하고 돌을 씹은 거야. 그래서 돌을 손바닥에다 탁하고 뱉는데 이도 빠져나왔어. 너희도 이가 빠진 적 있지?”

그러자 몇몇 아이가 입을 벌려 이빨이 빠진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래, 그래. 나도 지금은 빠진 이가 없지만, 앞으로 나이 먹으면 빠질 거야. 이 빠진 훈장님이 천자문을 읽는데 바람 풍 할 것이 바담 풍이 되는 거야.”

아이들이 깔깔대며 웃었습니다.

“아이들은 훈장님이 바담 풍 하니까 따라서 바담 풍 하는 거야. 그러자 훈장님이 말씀하셨지. 나는 바담 풍해도 너희는 바람 풍 하라고. 그래도 아이들은 훈장님이 바람 풍 하려고 했지만 바담 풍으로 발음하니까 따라서 바담 풍 하는 거야.”

최영찬 소설가

김포신문  gimpo12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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