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채순
정치학박사 (Ph.D)
민주평화당 김포시을
지역위원장

멕시코 사람들은 그들의 불행이 ‘신과는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고, 미국과는 너무 가까운 곳에 있다’라고 말한다. 미국은 원래 멕시코 땅이던 뉴멕시코캘리포니아 등 현재 미국 남부 지역을 멕시코-미국 전쟁(1846-1848)이후 싼값에 할양받았다. 미국은 남북한 넓이의 15배에 달하는 영토를 차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인들이 3,100Km의 국경선을 자유자재로 넘나들지 못하도록 거대 장벽을 설치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저임금의 멕시코 등 중남미 노동자들을 이용해서 자국의 발전에 도움을 받으면서도 국력이 부족함을 이유로 여전히 무시하고 적대시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역사적으로 독일과 프랑스는 여러 차례의 전쟁을 하는 등 철천지원수 사이였으나 1963년 1월 파리의 엘리제궁에서 맺은 독일·프랑스 화해협력조약으로 이를 말끔히 해소하고 양국 관계는 대등하고 친근해졌다. 멕시코와 미국, 프랑스와 독일의 관계를 놓고 보면서 최근에 일본의 아베 정권에서 자행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의 극한 갈등 현상을 생각해 본다.

지난 한국 대법원이 일본 기업들에게 강제징용 희생자들에게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한 후, 일본의 아베가 한국에 대해 일본산 전략물자인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관련 핵심소재 3종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조치를 취했다. 이는 자유무역 원칙에 심각하게 위반하는 것이며 장기적으로 보면 일본 경제에도 손실을 가져올 것이 확실한, 무모한 조치인 것이다.

또한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수출절차를 간소화하는 대상, 안보상 신뢰 국가)에서 제외할 계획을 세우고 8월 2일에 실행할 것이라고 한다. 여기에 한국과 일본은 2016년 11월 23일 군사정보보호협정(軍事情報保護協定, GSOMIA(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을 체결하여 1년씩 연장하고 있는데, 1년 만기 90일 전인 8월 24일 재연장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일본에서는 이를 자동 연장하기를 바라는 것 같지만 한국의 일부에서는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재연장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의 무모한 조치가 양국 관계를 크게 해치고 있는 것이다.

한편, 한국 국민은 일본의 일련의 조치를 대하고 일본제품 불매 운동인 ‘NO 일본’을 벌이고 있다. 한국 국민의 70%가 불매 운동에 동참한다. 그러나 일본 국민은 90%가 수출 금지에 찬성한다고 한다는 뉴스를 보았다.

대한민국 국민은 간단치 않은 민족이다. 이순신 장군은 12척으로 일본군을 물리쳤고, 항일 독립운동은 한국과 중국 러시아에서뿐만 아니라 미국, 멕시코, 심지어 쿠바 등지의 동포 사이에서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그러나 일본과 한국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공유하는 점이 많다.

기업 간의 교류 협력 문제, 일본에 거주하는 재일동포와 최근에 일본에 이주한 뉴커머들, 심지어 일본인과 결혼한 한인들 등 들여다보면 일본과 공존해야 하는 이유는 수없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수시로 한국을 침략했고 오랜 전쟁을 치렀음은 물론 1910년 대한제국의 국권을 찬탈한 이후 35년간 식민지배를 통해 수탈과 억압을 했던 자들이다. 그들은 위안부 문제, 일본 거주 한국인 차별 문제, 일본 지진에서 한국인 학살 등은 물론 독도 영유권 문제, 교과서 왜곡 문제 등, 셀 수 없이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대한민국 국민은 이른바 가깝고도 먼 일본을 무조건 타도할 수는 없어도 이를 극복해야 한다.

이를 극복할 방법은, 첫째, 대한민국 국민의 힘을 합하여 일본에 대항해야 한다. 두 번째, 우리 기업들도 일본을 극복하기 위해 기술, 자본 등에서 각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셋째로 가장 중요한 정치문제다.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정치인들이 엄격한 원칙을 가지고 강단 있게 행동하되 유연하게 대처하여 일본과의 갈등 극복에 앞장 서야 할 것이다.

단 일본을 극복하는 데 있어서 미국 등 외부 세력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우리 스스로 강해져야지 자국의 이익만을 쫓는 세계에서 우리를 순수하게 도울 수 있는 나라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행히 일본의 친한파인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 교수를 포함한 일본 지식인 75명이 “한국을 적으로 보는가”라고 묻고, 이들의 취지에 공감하는 일본인들을 대상으로 다음달 15일까지 지지 서명을 받고 있다. 우리는 결코 외롭지 않다. 일본을 극복하는 날까지 함께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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