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릴건디 버릴건디

 

오선덕

 

작은 토방 빙 둘러서 붉은 돌담, 담장 밖을 기웃거리는 앳된 감들.

어릴 적 숨차게 뛰어다녔던 마당, 그 끝자락에 작은 고추 밭.

아궁이에 불을 지필쯤이면 고추 몇 개 따오라는 말이 듣기 싫어 아랫목에 이불 구덩이를 파고 머리를 묻었다.

마당에서 올케가 바구니 한 가득 무른 고추와 고춧잎을 다듬고 있다.

자식들 주려고 따놓은 것들, 쟁여진 시간만큼 마르고 물러져 차마 버리지 못하는 것들.

구부정하니 올케와 시누이가 마주 앉아 한 잎씩 다듬는다.

팔순 노모가 주위를 빙빙 돌며 버릴건디 버릴건디 염불을 왼다.

 

[프로필]

오선덕 : 2015 시와 사람 등단, 광주대 대학원 문창과 졸업

[시 감상]

살다 보면, 언제 이만큼 쌓아두었는지, 온통 버릴 것 투성이다. 사놓고 아까워서 한 번도 못 입고 버리는 것도 있다. 상표조차 그대로 붙어있는데 유행이 지났다고 버리는 것도 있다. 인생은 죽도록 사다가 죽도록 버리다가 끝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 주변을 가만히 둘러보자. 정작 버려야 할 것은 무엇인지? 정작 버려야 할 것은 마음속 똬리 틀은 버릴건디라는 욕심 아닐까 싶다. 버릴 것은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그래야 명경지수가 툭, 가슴속에 들어와 나를 정화할 것 같다. 가을이 오기 전, 버리자. 나를
[글/김부회 시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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