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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부리 영감의 김포이야기] 관상<133>

아침이 되자 우리 셋은 아침 식사를 하고 양성지 영감을 찾았습니다. 본래 사는 곳은 서울이지만 노후를 이곳 대포에서 보낸 요량으로 집을 크게 지었다고 합니다. 청지기 지성안이 안내하는 대로 사랑채로 갔는데 서가가 사방에 놓여있고 책이 빽빽하게 차있었습니다. 붓으로 글을 쓰던 양성지가 내려놓고는 말합니다.

“아, 아, 앉으, 으, 시오.”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더듬었습니다. 지성안이 판자를 가져오자 거기에 글을 썼습니다. 훈민정음(한글)이었습니다. 지성안이 판자를 들고 읽었습니다.

“그대들이 미래에서 왔다는 것은 인정한다. 내가 후손 양동이의 꿈을 자주 꾸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곳에서 나가면 안 된다. 이유는 세상 사람들은 너희를 믿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성안은 이렇게 말하고 수건으로 판자의 글씨를 닦았습니다. 토정 선생이 묻는다.

“영감님. 뜻을 알겠지만, 언제까지나 갇혀 살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일이 끝나면 우리가 살던 곳으로 되돌아가야 하니까요.”

양성지가 다시 판자에 글을 썼습니다. 글의 내용은 무슨 일로 온 것이요 어떻게 갈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네. 우선 제 소개를 하겠습니다. 목은 이색의 육대손으로 이름은 지함이라고 합니다.”

이색의 후손이라는 말에 양성지는 놀라는 듯했습니다. 토정 선생은 자신이 이미 죽은 사람이라는 말은 빼고 후손 양동이와 저에 대해 말했습니다. 미래를 본다는 말에 몹시 놀라며 그 이야기를 해달라고 했습니다. 지성안이 말했습니다.

“영감님은 교서관 제조였지만 올해 그만두고 예문관에서 서책 정리를 하고 있습니다. 내일 사가정 모임에 가서 참석하러 가실 겁니다.”

“사가정이면 서거정을 말하는 것입니까? 그곳에 부휴자 성현도 오나요?”

토정 선생의 말에 양성지의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얼른 판자에다 글을 흘려 쓰고 건네주었습니다. 판자에는 어떻게 성현을 아느냐고 했습니다.

“제 시대에 성현이 나이 서른 살에 명나라를 가게 되는데 거기서 관상을 본 이야기가 떠돌고 있습니다. 성현이 명나라에 사신을 따라갔을 때 용한 관상쟁이가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성현에 대한 글은 선조 때 유몽인이 쓴 ‘어유야담’이라는 책에 쓰여 있습니다. 그것은 토정 선생이 죽은 후인데 그것을 다 알고 있으니 선생도 먼 미래를 보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성현은 관상쟁이가 찾아오기 전에 말고삐를 붙잡고 사신을 따라온 하인 중에 체격이 크고 잘생긴 자와 옷을 바꿔입었습니다. 얼마 안 되어 관상쟁이가 오자 하인을 성현이라고 속이고 내보냈습니다.”

관상쟁이는 관복을 입은 하인의 얼굴을 이모조모 살피더니 웃으며 말했습니다. 너는 얼굴은 그럴듯하게 생겼지만, 평생 남의 하인으로 살 운명이라고 말합니다. 성현은 사람들에 섞여서 그 광경을 보고 있었습니다. 관상쟁이는 휘휘 둘러보더니 성현을 보고는 얼른 큰절을 올리고는 말했습니다. “귀인께서는 왜 저를 시험하십니까? 당신은 대문장가로 세상에 이름을 떨칠 것입니다”라고 했습니다. 양성지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판자에 글을 썼습니다. 성현은 문장으로 이름을 떨칠 것이라고 했습니다. 양성지는 토정 선생에게 또 말해달라고 했습니다.

“아닙니다. 저와 함께 온 이 혹부리는 저의 제자로 천하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다 알고 있습니다. 한번 들어보시지요.”

토정 선생이 내게 재담을 부탁했습니다. 급작스런 일이라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습니다.

“참을 인에 대해 말씀 올리겠습니다.”

최영찬 소설가

김포신문  gimpo12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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