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급주의

 

마경덕

 

구두와 핸드백이 일그러졌다

무관심으로 배를 채우고

한 해를 내처 주린 뱃구레가 푹 꺼졌다

종이뭉치나 한 입 물려놓았더라면

멀쩡했을 것들,

 

질긴 가죽이라 방심했더니 황소고집이다

이것은 어둠 속에서 홀로 울었던 흔적, 빛을 향해 뻗어나간 통증

틀어진 시간을 되돌릴 수 없어 손을 놓친 가방과 발을 놓친 구두의 고집을 감수한다

 

어두운 장롱과 눅눅한 신발장의 시간, 한동안 외출이 말랐다

나는 무엇에 빠져 있었을까

돌멩이를 걷어찬 구두코, 함부로 쑤셔 넣은 잡념에 늘어진 가방

쉽게 변형이 되는 것들은 마음이 무른 것들이다

 

딱 한번, 진심으로 나를 사랑한 적이 있다 그가 등을 돌렸을 때

나는 밤새 나를 위로했다

그때 금이 간 나를 주의 깊게 살피지 않았다면

캄캄한 곳으로 멀리 날아가버렸을 것이다

 

[프로필]

마경덕 : 전남 여수,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신발론]외 다수

[시 감상]

취급주의 - 깨지기 쉬운 것 혹은 보통 이상의 주의를 기울여야 할 대상에게 붙이는 말, 사물을 처리할 때 마음에 새겨두고 조심하라는 말이다. 그런데 정작 그 취급의 대상이 자신이라면? 나는 과연 누구에게 무엇으로 취급되고 있는가? 나는 혹시 당신을 그저 취급이라는 말로 취급하고 있는가? 본문의 말처럼 그때 금이 간 나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할 시간은, 어쩌면 ‘지금’인지 모른다. 어디론가 날아가버리기 전, 지금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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