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을 차리며

 

문 숙

 

어느 문학상 시상식에 가서 축하 반 부러움 반을 섞어 박수 치다가

상복 없는 시인들끼리 모여 서로서로 시 좋다고 칭찬하다가

문학상은 못 받아도 밥상은 받고 산다는 한 시인 농담에 웃어주다가

밥상이 문학상보다는 수천 배는 값진 것이라고 맞장구치다가

밥은 없고 술만 있는 자리에서 헛배만 채우다가

집에 와서 식구들의 밥상 차린다

일생 가장 많이 한 일이 나 아닌 너를 위해 밥상 차린 일임을 생각하다가

오나가나 들러리밖에 안 되는 신세에 물음을 가져보다가

훌륭한 걸 따지자면 상 받는 일보다 상 차리는 일이라 생각하다가

그래도 한 번쯤 상이든 밥상이든 받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다가

이런 마음이 내가 나를 들러리로 만드는 것이라 반성하다가

이번 생은 그냥 보험만 들다가 가겠구나 생각하다가

밤새도록 나를 쥐었다 놓았다 쥐었다 놓았다를 반복하다가

 

[프로필]

문 숙 : 경남 하동, 자유문학 등단, 서울시 문화재단 문예 지원금 수혜, 시집[단추]외 다수

[시 감상]

세상에서 가장 많이 받는 상이 밥상이라고 한다. 평생 몇 번쯤의 밥상을 받을까? 팔십 년을 산다고 가정하고 하루 두 세끼로 환산하면 대략 팔만 번 이상의 상을 받는다. 공양도 그런 지극정성의 공양이 없다. 늘 받는다는 것 때문에 밥상에 대한 상의 가치를 스스로 훼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반성하게 된다. 어떤 상이던 받는 사람보다 주는 사람이 곱절은 더 힘들다. 받기만 하다 밥상을 한 번 차려줘 보면 바로 알게 된다. 상 차리는 일, 그것은 위대한 봉사며, 수양이다. 한 번쯤 차려준 이에게 차려줘 보자.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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