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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부리 영감의 김포이야기]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 <130>

제 말이 끝나자 토정 선생도 양동이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의리를 배반한 대가의 끝은 피의 복수였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옥리가 내게 다른 이야기를 청했습니다.

“어느 친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불알친구라 할 정도로 친하게 자라 나이 먹어서는 매일 장기 두는 것이 낙이었습니다. 모든 놀이가 그렇듯이 처음에는 그냥 하다가 심심하니 내기를 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언쟁이 붙기도 합니다. 그리고 다시 막걸리를 마시며 화해하고 하는 다정한 사이였습니다. 어느 날 느티나무 밑에서 장기를 두다가 또 말다툼이 벌어졌습니다.”

장기의 말을 바꿨느니 아니니 하다가 주먹다짐이 나가고 그만 주먹에 배를 맞은 친구가 죽고 말았습니다. 이러니 양쪽 집이 다 난리가 났지요. 죽은 노인의 아들이 아버지의 복수를 하겠다고 낫을 들고 나서자 가해자는 몸을 피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는 아버지를 죽인 사람을 죽이면 벌을 받지만, 조선 시대에서 부모의 원수를 갚는 것은 당연하였습니다. 노인은 친구를 죽인 것에 양심의 가책과 함께 복수를 당할까 두려움에 벌벌 떨었습니다.

“죽은 친구의 아들이 낫을 들고 살인자를 내놓으라고 고함을 쳤습니다.”

그러자 큰아들이 나가서 낫을 든 남자에게 말했습니다.

“이보게, 자네 아버지가 돌아가신 일은 안 된 일이네. 그러니 어서 들어가 우리 아버지를 그 낫으로 죽이게.”

전혀 예상치 않은 반응에 남자는 주저했습니다. 그러자 큰아들이 말합니다.

“자네가 우리 아버지를 죽이면 나는 우리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자네를 죽이겠지. 그러면 자네 동생이 나를 죽이고 또 내 동생은 형의 복수를 하겠다고 자네 동생을 죽이고……”

서로 복수를 하면 양쪽 집안의 남자가 씨가 마르게 됩니다. 그제야 풀이 죽어 낫을 내려놓았습니다. 큰아들은 본래 형제같이 가까운 사이로 우연히 친구를 죽인 것임을 상기시키고 장례비를 내겠다고 해서 일이 해결이 났습니다. 토정 선생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맞아, 복수는 끝이 없지. 설사 하게 되어도 법에 맡겨야 해. 내가 또 들은 말이 있어.”

토정 선생은 또 중국사람 이야기를 했습니다. 어떤 부잣집에 강도가 들어 그 집의 재물을 훔쳐갔다고 합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붙잡혀 감옥에 들어가 재판을 기다리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강도를 당한 부잣집의 주인이 도둑을 괘씸히 여겨 옥리에게 뇌물을 주고 이들을 괴롭히라고 했다고 합니다. 천장에 거꾸로 매달고 매를 치니 강도들은 앙심을 먹었습니다. 재판을 받는 날이었습니다. 큰 사건이라 동네 사람이 너도나도 몰려들어 구경했습니다.

“네, 재판관 나리. 저희가 그 집의 물건을 강도질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자백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 집의 여자들을 모두 강간했으니 처벌해 주십시오.”

강도죄는 옥에 갇히거나 유배로 끝나는 것이지만 강도강간일 경우 사형을 당하는 중죄임에도 강도들은 한결같이 그 집의 여주인을 비롯해서 모든 여자를 강간했다고 자백하는 것이었습니다. 놀란 부자가 손을 내저으며 거짓말이라고 했지만, 동네 사람들이 다 듣고 소문을 퍼뜨렸습니다. 강도에게 앙심먹고 사적으로 복수한 것이 집안에 불명예를 안겨 주었던 것입니다.

“죄를 저질렀으면 벌을 받아야지. 하지만 사적으로 복수한다면 복수가 꼬리를 물게 된다.”

토정 선생은 세상에서 죄를 지은 자는 숨기고 처벌을 면해도 저승에 가서는 업경대 앞에서 모든 것이 드러나며 중형을 받는 것을 설명했습니다. 밤이 깊어지자 옆방의 일본인들도 이야기하다 지쳤는지 조용합니다. 양동이도 구석에 쓰러져 잠이 들었습니다.

“선생님, 지금 시대는 어떤가요? 세조 임금은 조카를 죽이고 임금 자리에 오른 이가 아닙니까? 몹시 어지럽겠지요.”

옥리들에게 들리지 않은 작은 목소리로 지금의 상황을 알아보았습니다.

최영찬 소설가

김포신문  gimpo12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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