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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이 말하는 삶의 지혜
신광식
전 김포대 총동문회장
전 파독광부협회 회장
전 경기도의원

23년째 기자생활을 한 현직기자로서 2015년부터 모 신문에 연재된 인터뷰 시리즈 중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가장 많이 공유됨과 동시에 독자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입에 오르내린 인터뷰를 모아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이란 책으로 엮어낸 김지수 작가의 글 속에는 나 자신을 뒤돌아보게 하는 내용이 많았다. 특히 작가는 책 속에 담은 인물들은 자기 인생을 자기 방식대로 살아 온 16인의 어른으로 평균 연령이 72세라고 밝히고 있다. 그들에겐 진정한 어른은 성취의 업적에 압도당하지 않고, ‘일한다’는 본연의 즐거움을 오래 누릴 줄 아는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작가는 그들의 삶을 통해 ‘성공과 열심’의 뒤틀린 동맹에 적잖이 실망한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성찰의 실마리를 안겨준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우리와 대결하지 않지만 우리와 대결할 정도의 힘이 있는 어른 앞에서 우리는 안정감을 느낀다. 그들의 말이 꼰대의 잔소리로 여겨지지 않는 것은 그들의 정직과 결핍과 특유의 다정함 덕분이다’라고 덧붙였다. 저자가 인터뷰한 어른들의 삶을 작가가 표현한대로 그들의 ‘살아 펄떡이는 싱싱한 말’로 들어 보자. 16인중에서 우리가 대중적으로 잘 아는 세 분의 삶에 집중했다.

 

첫 번째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라는 광고멘트와 ‘꽃보다 할배’로 유명한 배우 이순재씨의 인생이다. 그는 서울대 철학과를 나온 엘리트 배우로서 62년 연기 인생경력에 국회의원(14대)까지 지낸 인물이다. 작가가 “기나긴 인생에서 깨닫고 지키는 어떤 룰이 있는지” 묻자, 그는 “좀 손해보고 살아야 큰 손해를 안 본다. 하나 더 먹겠다고 달려들면 갈등이 커지고 적이 생긴다. 정치할 때 그걸 배웠다. 나는 표는 못 받아도 욕은 안 먹었다. 제일 가난한 동네에서 나를 한 식구로 받아줬고, 정치적 적과는 친구가 됐다. 너무 치열하게 경쟁하지 말라. 살아보니 인생이란 건 여러 욕심이 있겠지만 조그만 손해는 감수하고 좀 모자란 듯 사는 게 좋다”라고 말했다. 손해 보듯 살아야 좋은 인생이라는 배우 이순재씨의 인생철학이 가슴에 와 닿았다.

 

두 번째는 ‘꽃보다 누나’와 ‘윤식당’으로 유명한 배우 윤여정씨의 인생이다. 내 기억 속에는 늘 청순한 젊은 배우로만 남아 있는데 이제 어느덧 72세가 되었다고 하니 여배우도 세월 앞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배우 윤여정은 작가가 자신의 인생에 대해 여러 질문을 하자, “살다보니 인생이 별게 아니다. 재미있게 사는 게 제일이다. 내가 미국에서 살다 1985년에 귀국했는데 사람들 말이 다 딱딱해져 있더라. ‘왼쪽으로 도세요’하면 될 말도 ‘좌회전 하세요’라고 하고, 말끝마다 ‘의식 있게 살아야 한다’고 하더라. 미장원에서도 ‘직모를 유지하실 건가요?’ 이러더라고. 생전에 소설가 박완서 선생님도 ‘긴장하지 않으면 한국말을 잘 못 알아 듣겠다’고 하셨다. 다 들 좀 웃으면서 서로 재밌게들 얘기하면 좋겠다. 나는 너무 무게 잡고 철학적으로 얘기하면 부담스러워서 싫더라”라고 답했다. 그녀의 말 중에서 “씁쓸한 게 인생이에요. 불시에 맨홀에 빠지고 천둥이 쳐요. 그럼에도 닥치기 전까진 즐겨야 해. 그걸 난 60 넘어서야 알았어”라는 말이 계속 뇌리에 남았다.

 

세 번째는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인 정경화씨의 인생이다. 그녀는 6세에 바이올린을 잡고 9세에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협연, 13세에 줄리어드 음악원 장학생 입학 등 음악천재로 1960년대부터 65년간 바이올린의 거장으로 살아왔다. 작가가 먼저 칠순을 맞는 기분이 어떠냐고 묻자, “사실 별로 생각을 안 했는데 일주일 전부터 약간 기분이 이상했다. 우울증인가 싶기도 하고. 생일 전날엔 가까운 사람들과 모여 단출하게 저녁을 먹었다. 그런데 딱 70이 되는 날, 아침에 일어나니 너무 홀가분하더라”라고 답하면서 “70세가 됐다고 갑자기 늙는 것도 아니다. 인간은 사실 매일을 극복하는 게 힘들다. 젊었을 때는 앞날을 바라보고 산다. 40세, 50세가 지나면서 점점 앞날이 아니라 오늘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 다음엔 순간순간이 중요하다는 걸 안다. 60세가 되면 그런 생각조차 안 한다. 70세엔 이 시간을 보람 있게 보내야겠다는 욕심이나 부담이 없어진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자기 마음 속 세상을 보는 눈은 조금도 늙지 않는다”는 인생의 지혜를 쏟아냈다. 요즘 부모들이 새겨야 할 말로써는 “자꾸 1등 하라고 재촉하지 마라. 그러면 안 된다. 아무리 1등해도 속이 비면 나중에 망가진다. 그 속을 격려로 자신감으로 꽉꽉 채워줘야 한다”는 교육철학도 밝혔다. 나는 정경화씨 말 중에서 ‘삶에서도 음악에서도 인내의 시간이 꼭 필요하다’는 말을 주변 사람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다.

 

책을 읽는 내내 작가의 말대로 ‘삶 자체가 증거가 되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자기를 사는’ 그들의 삶의 철학에 크게 공감하면서 나 역시 ‘닮고 싶은 어른들의 삶’에 가까이 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지 확실히 인식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김포신문  gimpo12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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