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김영욱 씨

 

제13회 중봉조헌문학상 대상에 남양주에 거주하는 김영욱 씨가 당선됐다.

규모를 더해가고 있는 중봉문학상의 올해 경연에는 기성 작가 및 신인 261명이 참여해 시 801편과 수필 198편을 응모했다.

지난 10일 열린 최종심은 이하준 김포문화원장과 홍성식 인천재능대학교 교수가 심사위원으로 참가해 여섯 가지 작품을 심사했다. 최종심에는 시 부문에서 원기자 씨의 <마른꽃>, 김도훈 씨의 <어디론가 훌쩍, 마치 혼몽처럼>, 김영욱 씨의 <도리뱅뱅이>가, 수필 부문에서 조현숙 씨의 <탱자>, 손경호 씨의 <지부상소>, 박시윤 씨의 <부음>이 올랐다.

그 결과 김영욱 씨의 <도리뱅뱅이>가 대상으로, 손경호 씨의 <지부상소>와 박시윤 씨의 <부음>이 우수상으로 선정됐다.

한편, 중봉조헌문학상은 조헌 선생의 의기와 충혼, 살신성인정신, 교육자로서의 문학 정신을 받들고 문학의 발전을 도모하고자 제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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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제13회 중봉조헌문학상에는 시 801편과 수필 198편이 도착하였다. 모두 261명의 문사(文士)들이 참여해 열띤 경합을 벌였다. 먼저, 그 관심이 놀랍다. 10년 사이에 중봉문학상이 전국적으로 주목받는 문학상이 된 것이다. 심지어 미국에서도 작품을 응모하고 있으니 국내 차원을 넘어섰다고도 할 수 있다. 관심이 높아지면, 작품 수준 역시 함께 높아진다. 이번 중봉문학상 심사는 그 어느 때보다 괴로웠다. 여러 작품들을 동시 최우수상이나 우수상으로 선정해도 손색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번 심사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몇몇 분들이 투고한 작품에 대한 개요를 설명한 점이다. 이것은 심사자가 작품의 의도를 모르거나 왜곡할까 하는 우려에서 설명을 붙인 것이 아니다. 실제 출품작에 굳이 설명이나 해설을 붙일 이유가 없다. 작품 그 자체가 바로 대화이자 매시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중학교 교사는 요즘 학생들이 역사인물에 대한 관심과 정보가 너무 부족해서, 흥미와 정보를 제고하는 차원에서 역사인물에 대한 시를 쓰기 시작했다고 하였다. 조헌을 비롯해 지금까지 김충선, 이순신, 세종, 장보고, 안중근, 서희, 황희 등의 역사인물을 학생들에게 시로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를 하나의 비계로 설정하여 역사인물과 학생들과의 거리를 좁히려는 노력이 인상적이었다. 또 어느 어린이집 원장선생님도 자신의 작품이 청년실업이나 학창시절 추억, 운동 중독, 고향 등을 소재로 하고 있다고 첨부하고 있다. 이 역시 자신이 이 작품들에 얼마나 정성을 다했는지에 대한 기록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이 해설이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이제 문학이 대중화·일상화되었다는 것을 분명히 확인했기 때문이다. 문학은 전문적인 영역이 아니라 누구나 자신의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시와 수필을 아무런 장애 없이 만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 문학상을 통해서 시와 수필이라는 문학형식만 구체적인 삶 속에 끌어들인 것이 아니라, 바로 중봉 조헌이라는 역사인물 역시 자신의 삶 옆으로 소환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혹은 일상과 거리가 아주 먼 역사 속의 인물을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영역으로 아주 가깝게 가져다 놓았다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 문학상의 제정 이유이자 기대했던 지점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제13회 중봉조헌문학상은 여러 의미를 다층적으로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

치열한 예선을 뚫고 본선에 올라온 작품은 시와 수필, 각 3편씩이다. 시에서는 원기자의 <마른꽃>과 김도훈의 <어디론가 훌쩍, 마치 혼몽처럼>, 김영욱의 <도리뱅뱅이>이고, 수필에서는 조현숙의 <탱자>와 손경호의 <지부상소>, 박시윤의 <부음>이다. 앞에서 이야기했듯, 모두 상당한 수준을 보여주는 작품들로 그 어느 것을 당선작으로 선정해도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 의식의 단단함과 형식의 세밀함을 보여준 작품들이었다. 오랜 격론과 숙고 끝에 최종 선정한 작품은 대상으로 김영욱 시 <도리뱅뱅이>, 우수상은 두 편 모두 수필로 손경호의 <지부상소>와 박시윤의 <부음>을 선정하였다.

김영욱의 <도리뱅뱅이>가 주목한 것은 ‘평범한 의병’이었다. 의병이라면 대단한 의기와 결의를 가지고 대의를 위해 자신의 몸을 초개처럼 던진 분들로 오해할 수 있으나, 실은 “입만 열면 / 가뭄에 두고 온 처자식 걱정”에 애가 닳는 평범한 백성이고, “불구덩이로 제 몸 던진 순절(殉節)이라지만 / 한 주검이 덮는 다른 주검은 두려”웠을 이웃들이었다는 것이다. 다만, 제 이름은 쓸 줄 몰라도 하늘의 때를 읽고 농기를 든, 국치의 부끄럼은 알았던 지극히 상식적인 백성이라는 해석이었다. <도리뱅뱅이>는 이를 아주 오랜 시간 뒤 포장마차 속 파라미들을 통해 소환하고 있다. 넥타이부대의 벌겋게 취한 얼굴은 이들을 위한 묵념이라는 상상은 시간의 격차를 뛰어넘어 평범한 의병들의 위대한 삶에 대한 경의이자 뜨거운 조사가 아닐 수 없다.

손경호의 <지부상소>는 신하가 임금에게 목숨을 걸고 진언했던 지부상소의 역사를 거론하며 선비정신의 회복을 이야기하고 있다. 고려 충선왕 때의 우탁과 조선 선조왕 때의 조헌 그리고 흥선대원군 시절의 최익현을 통해 현재의 역사가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들과 같이 불의를 목숨으로 저항한 선비들 덕분이라는 점을 단정적인 어조로 써내려가고 있다. 박시윤의 <부음>에서 먼저 주목한 것은 문장이다. 그의 문장은 선명한 언어와 절제된 시적 표현으로 생동감을 얻고 있다. 누군가의 부음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긴장이 서서히 고조되고, 그에 따라 단단히 봉인되었던 슬픔이 더욱 팽팽해지고 결국 터져 나오는 과정에서 수필의 색다른 묘미를 맛볼 수 있었다.

이번 제13회 ‘중봉조헌문학상’에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중봉조헌문학상’이 추호의 흔들림 없이 제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것은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뿐이다. 앞으로 ‘중봉조헌문학상’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으로 문학적 역량을 더욱 날카롭게 벼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문운이 늘 함께 하길 기원한다.

더불어 사족처럼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자 한다, 중봉 조헌 선생의 사상과 학문과 의기를 선양할 목적으로 출범한 ‘중봉조헌문학상’은 이제 전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문학상으로 명실상부한 위상을 점하게 되었다. 저명한 문학지건 문학상이건 10년 이상 유지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요즘의 상황에서 13년을 한결 같이 달려오고, 또 나날이 발전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이에는 김포시의 전폭적인 지원은 물론, 김포시민들의 공감과 노력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 한번 ‘중봉조헌문학상’이 우리 김포를 대표하는 문학상으로 굳건한 위상을 점하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확대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간곡히 부탁드린다. 냉철하게 돌아보면, 우리 김포에서 어떤 콘텐츠가 전국적인 관심을 유지하고 있는가. 중봉문학상이 유일하지 않은가. 따라서 차기 문학상의 이름도 ‘김포시 중봉조헌문학상’으로 변경하여, 중봉 선생님이 우리 김포에 태를 묻은 대표 인물임을 전국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알릴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이제 중봉 선생을 통해서 김포가 전국적으로 회자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에 걸맞는 관심과 지원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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