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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부리 영감의 김포이야기] 여우의 보은 <126>

토정 선생의 속삭이는 대답에 저는 모기만한 소리로 물었습니다.

“양동이가 할아버지 그늘에 살게 된다면 저는 다시 우리 시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하지만 토정 선생은 가긴 가는데 몇백 년 후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음 시대는 2019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김포병원의 김우희를 만나 혹을 뗄 수 있겠지요.

“일본이 쳐들어오긴 하는데 의병이 일어나 그자들을 물리치게 되오. 그리고.”

가만히 양동이의 눈을 보니 흐릿한 것이 보통 때와 달랐습니다. 토정 선생의 말대로 기억을 점점 잃으며 이곳에 적응하나 봅니다. 불룩 솟은 배가 들어갔습니다. 내가 재담을 시작하자 옥리들이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다른 세상에서 온 것을 어렴풋이 감지한 모양입니다.

“제가 일본인에게 들은 이야기나 하나 하지요. 우나이라는 사무라이가 있었습니다. 의협심이 강해 남을 돕기를 잘하는데 어느 날 길을 가는데 길가에 한 여자가 앉아서 울고 있었습니다.”

우나이가 이상하게 생각하게 생각하고 까닭을 물어보니 여자는 자신이 인간이 아니라 여우라고 말하고는 자기 아버지가 사냥꾼의 함정에 빠져 죽게 되었다고 하는 것입니다. 효심에 감동한 우나이가 사냥꾼을 찾아가자 여우가 나무에 매달려 있고 사냥꾼이 칼을 갈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사냥꾼에게 돈을 많이 주고 여우를 구해 풀어주었는데 여자가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사라졌습니다. 일 년 뒤에 아들이 마마에 걸려 위독하자 신에게 제사지내고 기도했습니다. 어느 날 밤 꿈에 흰옷을 입은 신이 나타나 말했습니다.

“나는 일 년 전에 당신이 구해 준 여우요. 당신 아들이 마마에 심하게 걸려 의사의 약으로는 치료가 되지 않소. 내가 지켜줄 것이니 걱정하지 마시오. 사흘 후에 일어날 것이오.”

정말로 사흘 뒤에 아들의 병이 낫게 되자 우나이가 뜰 한구석에 여우 사당을 짓고 제사를 지냈습니다. 어느 날 범에 또 여우가 나타났습니다.

“당신 칼에 재앙이 붙어 있으니 칼을 버리고 쌀을 파는 장사꾼이 된다면 부자가 될 것이오.”

하며 종이 한 장을 내 주는 것이었습니다. 우나이가 꿈에서 깨어 보니 손에 종이 한 장이 놓여 있는데 일 년 동안의 쌀값이 적혀 있었습니다. 이대로 쌀을 매매하니 큰 이익을 얻었고 마침내 큰 부자가 되었습니다. 쌀을 매매하는 길에 찻집에 들러 쉬는데 누가 다가와 말합니다.

“당신 모습이 내가 찾던 원수 집안의 사람과 비슷해서 죽이려 했소. 그런데 그자는 무사라 칼을 늘 차고 있어 주저하는데 인제 보니 당신은 장사꾼이구려. 당신이 칼을 차고 있었더라면 나는 당신을 죽이려 했을 것이오. 하마터면 애꿎은 사람을 죽일 뻔했소. 위험했소.”

하며 가는 것이었습니다. 우나이는 자신이 계속 무사였다면 죽임을 당했을 것인데 여우의 말대로 해서 부자가 되고 목숨도 구한 것으로 생각하고 여우신에게 감사를 드렸습니다.

“훗날 거리를 가는데 거지 부녀를 만났습니다. 자세히 보니 남자는 사냥꾼이었고 여자는 여우의 딸이라고 한 사람이었습니다. 이상하게 여겨 까닭을 물으니 거지가 눈물을 흘리며 고백했습니다.”

실은 우나이가 인정 많은 무사라는 평판을 듣고 사기를 치기 위해 자기 딸을 여우인척 거짓말로 속여 돈을 갈취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우나이가 부자가 되고 자신이 거지가 된 것은 인과응보라고 말하며 우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우나이가 말했습니다.

“당신이 비록 나쁜 마음으로 나를 속였지만 내가 그 덕분에 목숨을 구하고 부자가 되었으니 보답을 해야겠소, 하며 호주머니를 털어 거지에게 주었다고 합니다.”

옥리들은 아예 자리 잡고 앉아서 재담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저도 이대로 옥에서 시간을 때우니 재담이라도 해야 견딜 것 같습니다. 내가 다음 이야기를 늘어놓았습니다.

최영찬 소설가

김포신문  gimpo12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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