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철
김포대학교
항공관광경영과 교수

하루하루를 허투루 보내는 것 같을 때가 있다. 그런 상황에서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면 오늘 무엇을 해야 하나? 벤츠를 끌고 다니는 사람도, 경차를 모는 사람도, 돈과 명예, 권력을 모두 가지고 있는 사람도, 대통령도 수상도 총리도 인생의 마지막에는 죽는다.

억울한 사람들이 많은 게 인생이라고 하지만, 동서고금·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평등한 게 딱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우리 모두가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이다. 예전에는 어떻게 살 것 인가를 고민하는 웰빙시대였지만, 지금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화두로 던지고 있는 웰다잉시대가 아닌가 한다.

첫 번째는, 혼자 설 수 없다. 혼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엄청난 무력감을 느끼는 그 때가 반드시 온다. 그래서 배우자가 필요하고 가족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두 번째는, 모든 것은 무너진다. 젊은 나이에는 선남선녀니 독보적인 비주얼이니 하지만 나이 들면 오십보백보다.

세 번째는 삶의 주도권이 없어진다. 어르신들이 요양원에 들어가기 싫어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곳은 본인이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이다. 그저 시키는 대로 주면 먹고, 가라고 하면 가고, 자라고 하면 자야 되고……. 그래서 요즘은 요양원보다 본인들의 집에서 인생을 마무리하는 케어시스템이 유행이다.

필자의 어머니도 요양원의 요 자만 꺼내도 싫어하셨다. 그때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납득이 된다. 역설적이지만 어머니의 마지막 유언도 “집으로 가자”였다. 그런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병원 응급실에서 사흘 만에 돌아가시는 것을 본 필자는 불효자가 아닌가?

네 번째는, 인간답게 살자. 세상을 떠날 때가 되면 누구보다 본인 스스로 감지한다고 한다. 인생을 정리하면서 가족들과 여행도 하고 집에서 많은 대화를 나누고 공기 좋은 곳에서 웰다잉을 하면 좋으련만 끝까지 첨단검사를 받으며 응급실, 병실, 중환자실을 전전하면서 경제적으로 힘들고, 자식들에게 미안해하며 쓸쓸히 떠나간다. 병원에서 인생을 정리하기보다는 사랑하는 가족들과 마무리를 하면 어떨까? 물론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인간다움을 상실하지 않는 마무리 준비를 해야 한다.

다섯 번째는, 꼭 나누자. 극단적인 순간, 어떻게 할 것인지 미리 대화하고 약속해야 한다. 필자의 어머니는 응급실로 들어가면서 순식간에 심폐소생술을 받았고 기도삽관을 했으며 인공호흡기를 꽂아야만 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사흘 만에 돌아가셨다. 나는 어머니의 임종을 보지도 못했고 유언도 듣지 못했다. 내게 마지막으로 하신 말씀이 “형철아! 집으로 가자”였다. 지금 돌이켜보면 어머니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가슴으로 깨닫는다. 아버지하고는 충분한 대화를 했다. 어머니처럼 가고 싶지 않다고 하셨다. 극단적인 갈림길에서도 인공호흡기를 꽂지 말라고 당부하셨고 인간답게 죽고 싶다고 하셨다. 소천하시는 날 새벽 2시에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금 기도에 가래가 걸려 기도삽관을 해야 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고 하는데 인공호흡으로 가느냐 아버지의 뜻을 따르느냐 번민했던 그 시간이 아마도 필자 인생의 가장 힘든 시간이 아닌가 한다. 기도삽관을 해서 잘못되면 어머니처럼 인공호흡기를 꽂아야 하는데 그것은 아버지가 바라던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는데……. 만약 아버지와 평소 충분한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면 의사 말대로 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나는 기도삽관을 하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아버지는 어머니 계신 천국 그리운 곳으로 떠나가셨다.

마지막으로 끝이 있다. 끝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할 순간이 모든 사람에게 반드시 온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잘 살자! 잘 살아야 잘 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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