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장대
김성신
삼월 삼짇날은 윤장대를 돌리는 날
풍경소리 곱발 세우고
산자락은 그늘을 등지고 좌정한다
108배 올리던 법당에서
굽은 허리와 무릎뼈 석탑처럼 일으켜 세우고
윤장대 돌리는 어머니의 마음에는
묵은 발원이 한 각씩 깊어진다
상현달 달무리 지는 밤
아이의 울음소리 희미하게 살아나고
안간힘을 토해내던 흑백의 한 생
몸속 경(經)이 된 통증을
한 올 한 올 부풀리니
저만큼 솔바람에 가슴 쓸리기도 해
앞뒤 없는 회한과 갈망은
두 손 맞잡고
배웅하듯
한 곳을 바라보니
이마 위로 맺힌 땀방울
눈물의 동의인 양 하염없이 흐른다
더 두툼해질 법문의 책장에
줄 맞추어 반듯하게 들어가 있을
어머니의 비워낸 몸을
나는 가만히 부축하여본다.
[프로필]
김성신: 전남 장흥, 광주대 대학원 문창과 재학, 불교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 감상]
경전을 넣은 책장에 축을 달아 회전하도록 나무로 만든 책장을 윤장대라고 한다. 윤장대를 돌리면 경전을 읽은 것과 같은 공덕을 쌓는다고 한다. 윤장대를 돌리는 어머니와 그 자체로 윤장대가 된 어머니, 비워낸 어머니를 염습하는 시인의 시선에서 어머니가 발원한 것의 무게와 시인이 염원하는 어머니의 명복, 그 간극에 숨어있는 지난한 삶의 여정을 생각해보게 한다. 공덕은 하루아침에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긴 세월 어머니의 공덕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존재하는 것이다. 봄이다. 가만히 나를 돌려보자. 어떤 공덕이 있는지?
[글/김부회 시인, 평론가]
김포신문
gimpo123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