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채순
정치학박사(Ph.D)
민주평화당 김포시을
지역위원장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던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제2차 정상 회담이 양 국가간에 외교적인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인민의 경제적인 고통을 겪고 있는 북한이 미국이 주도한 유엔 대북 제재를 해제해 달라는 요구를 했으나, 미국은 해제에 앞서서 완전한 비핵화를 강조하여 양국의 입장이 접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결렬됐다.
회담 결렬 후에 양국은 가급적 상대를 적극적으로 비난하지는 않았지만 회담 실패 책임을 상대의 지나친 요구 때문이라고 하는 뉘앙스로 각각 발표했다. 협상은 언젠가는 다시 시작될 것이고 미국의 제재해제로 경제 발전을 이루어야 하는 북한 측의 입장은 매우 다급하겠지만, 아마 양국의 상황으로 상당 기간이 지나야 대화 재개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70년 동안 적대 관계에 놓였던 북한과 미국이 한두 번의 정상회담으로 긴 대립과 적대를 해결할 것으로 보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국은 핵이 없는 한반도에서 남북한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희망했던 것과는 달리 더욱 지난한 과정을 거쳐서야 길이 열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 본다.
문제는 한반도의 평화 안정과 국민에게 엄청나게 중요한 남북 문제가 우리 국민과 국가의 의지와 노력보다는 미국과 북한의 손에 좌지우지 된다는 것이다. 주권을 가진 독립 국가로서 매우 자존심 상하는 현실이다.
북미 회담이 결렬된 바로 다음 날은 1919년 3·1운동이 일어난 100주년 기념일이었다. 100년 전인 1919년 기미년 3월1일 우리 한민족이 일본의 부당한 식민통치에 항거하여 독립선언서를 발표하고 한국의 독립 의사를 세계 만방에 알린 3·1절에서 꼭 100년이 지난 특별한 날이었다.
부당한 이민족의 침략과 찬탈에 맞서 전국적으로 일어났던 학생, 청년, 노동자, 농민, 여성이 참여한 3·1운동은 2월 8일 일본 도쿄의 유학생들이 일으킨 ‘2·8독립선언’을시발로 한국과 세계의 한민족에 의해 전개되었다. 전국에서 200만여명이 참여했고 7천여명이 사망한 3·1 운동은 상해 임시정부 수립과 조직적인 항일 독립운동으로 이어졌다.
1919년 당시는 1910년 일본 제국주의가 대한제국을 합방한지 9년이 된 시기다. 이 운동을 통해서 한국에 근대 시민혁명 의식과 자주 독립 정신이 발현됐고, 국민이 주인이 되는 국가 수립과 민족 통일을 지향했다. 물론 한국의 독립이 동양과 세계평화의 기초가 된다는 정신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3·1 운동은 오늘 날과 같이 정보 통신이 전혀 발달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내의 방방 곳곳에서 궐기하여 우리 스스로가 우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자주정신의 발로였으며 민주주의, 평화, 비폭력의 정신이 빛난 운동이었다.
그러나 목숨을 아끼지 않고 외세에 저항하여 자주 독립을 선언하고 쟁취코자 했던 3·1 정신은 100년 후인 오늘날 한국 사회를 비춰볼 때 매우 부끄러운 현실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우리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국내 문제인 노사문제, 부의 양극화 문제, 청년 실업 문제와 중소 자영업자 문제 등과 그에 따른 사회적인 갈등이 도처에 극한 대립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최근에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문제 역시 한반도 독립이나 세계평화와 같은 큰 담론이나 목표가 아니고, 사회 구성원의 개인 또는 집단 이기주의에 국한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는 사안이다. 정부에서 주장하는 ‘공공재’와 ‘사유재산’이라고 주장하는 사립유치원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서, 한유총 일부는 오늘 3월 4일 새 학기가 시작하는 아이들을 볼모로 잡고 개학을 연기하는 ‘집단 휴원’을 강행코자 하고 정부는 형사고발 등 엄단을 하겠다고 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조직이나 집단이 이기적인 내 위주의 주장만을 되풀이 하고 상대방의 주장에 귀를 막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정치권과 여론을 주도하는 매스컴에서도 두 편으로 나뉘어 상대방의 일방적인 양보를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가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역할을 부여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이를 더욱 조장하는 형국이다.
한반도의 명운이 걸린 북미 회담 결렬이나 한유총 사태로 볼 때 3.1운동의 고귀한 정신을 돌아 보면서 정치인은 물론 국가 구성원 모두가 눈 앞의 이기주의에 매몰 되지 말고 긴 안목의 역사 의식을 가져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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