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 피다
 

김황흠
 

입춘이 지났는데도 동장군 기세가 여전히 분기 탱탱하고 

마른풀은 흙에 누워 흐물거린다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하늘이 몇 번 들어왔다 나갔는지

까칠까칠한 목피가

윤기를 잃고 있다

울타리에 도란도란 거리는 동백 몇 그루

두꺼운 이파리가 매가리 없이

을씨년스러운 낯짝을 살짝 얹어 둔다

봉긋한 꽃 봉오리

쩍! 갈라지는 사이로

붉다, 붉은 꽃잎이 움츠리고 있다

막 뭐라 뭐라 툭 쏘며 와장창 밀고 나올 것 같은

손발 놓은 겨울 아침

 

[프로필]

김황흠 : 전남 장흥, 농촌문학상 수상, 시집[숫눈], 시화집[드들강 편지]외 다수

[시 감상]

2월이다. 남녘에선 동백꽃이 한창이다. 동백꽃의 꽃말은 문득 생각난다.

‘그 누구보다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꽃말을 생각하고 동백을 보니 붉은 꽃잎이

새삼 붉다. 아내의 무덤에 피어난 작고 빨간 꽃, 동백에 얽힌 설화가 슬프다.

또 다른 꽃말은 겸손한 마음이라고 한다. 그 동백을 바라보는 시인의 마음이

아마, 겸손한 시선이었을 것 같다. 시인의 손발 놓은 겨울 아침이 못내 스며든다. 

겨울 속으로.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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