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광식
김포대 총동문회장
전 파독광부협회 회장
전 경기도의원

요즘 주변 사람들을 만나보면 대부분 세상살이가 점점 힘들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사실 살아가면서 누구나 작든 크든 힘든 일을 겪는다. 난관에 부딪혀 어디로 가야하는지 망설여질 때, 하고 있는 일이 벽에 부딪혔을 때,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을 때, 유무형의 상실을 경험할 때, 누군가를 원망하는 마음이 생길 때, 연애와 가정문제 또는 건강으로 고민할 때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는 고통스러워한다. 이 때 그 순간의 고통을 참고 이겨내지 못하면 더 이상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는 바로 그 순간에 결정된다. 실패하는 사람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나는 아무래도 안 돼’라고 하면서 포기하고 만다. 그러나 성공이란 남들이 끈을 놓아버린 뒤에도 계속 매달려 있는 사람에게 돌아가는 대가다. 강한 사람이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가는 사람이 성공한다. ‘인내는 쓰지만 그 열매는 달다’는 격언도 있지 않은가.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온갖 고난을 참고 견뎌 심신을 단련함을 비유할 때 흔히 와신상담(臥薪嘗膽)고사를 많이 얘기한다. 이는 가시 많은 거친 나무 위에서 자고 쓰디쓴 쓸개를 먹는다는 뜻이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때 인접한 오나라와 월나라는 앙숙지간이었다. BC 496년, 오나라 왕인 합려가 군사를 이끌고 쳐들어갔는데 월나라 왕 구천(勾賤)에게 크게 패하고 전투에서 월나라 장군 영고부에게 화살을 맞았다. 그 상처가 악화되어 결국 목숨을 잃고 말았는데, 죽기 전에 아들 부차(夫差)에게 반드시 원수를 갚아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부차는 아버지의 복수를 잊지 않기 위해 아침저녁으로 가시 많은 땔나무 위에 누워 자며 자신의 방을 드나드는 신하에게 이렇게 외치게 하였다. “부차야! 너는 구천이 너의 아버지를 죽였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부차는 복수를 맹세하며 때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구천은 부차의 이러한 복수심을 알고 먼저 공격을 하였다. 그런데 오히려 크게 패하여 회계산에서 포위당했고 결국 부차에게 신하가 되겠다며 항복을 청원하였다. 부차가 용서해 준 덕분에 구천은 오나라에게 점령당한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는데 스스로 몸과 마음을 채찍질하며 지난 치욕을 상기했다. 항상 쓸개를 곁에 매달아 두고 앉아서나 누워서나 쳐다보고 올려다보고, 음식을 먹을 때도 쓸개를 맛보며 이렇게 말했다. “너는 회계산의 치욕을 잊었느냐?” 회계의 치욕을 잊지 않았던 구천은 다시 군사를 일으켜 오나라를 쳐들어갔고 이십여 년 만에 오나라 도읍을 점령하고 부차를 굴복시켰다. 부차를 사로잡아 귀양을 보냈으나 그가 깨끗이 자결함으로써 구천은 최후의 승자가 되었다. 이 고사를 통해 우리는 실패를 맛보거나 어려운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굳은 의지와 끈기가 필요함을 배운다.

 

한편 인내와 관련해서 마시멜로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월터 미셀 교수는 4살짜리 꼬마들을 대상으로 한 가지 실험을 실시했다. 그는 꼬마들에게 달콤한 마시멜로 캔디를 나누어 주면서 15분 동안 참고 안 먹으면 하나를 더 주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들 중 1/3은 15분을 견디지 못하고 하나뿐인 캔디를 먹어 치웠다. 그로부터 14년 후, 이 실험에 참여한 두 집단의 변화를 조사한 결과 마시멜로 캔디의 유혹을 참아낸 사람들은 강인한 정신력과 건전한 사회성을 소유한 반면, 15분간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한 그룹은 신경질적이며 작은 일에도 쉽게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으로 성장해 있었다. 이처럼 인내심이란 그 사람의 됨됨이와 삶을 좌우할 만큼 실로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 작가 무카이다니 타다시는 ‘인내’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것은 ‘승자의 인내’와 ‘패자의 인내’다. 손으로 머리를 감싼 채 움츠리고 그저 견뎌내는 것이 ‘패자의 인내’라면, 무릎을 굽히고 몸을 움츠리고 있되 머리는 과감히 들고 다가올 반격에 대비하여 힘을 축적하는 것, 높이뛰기 위해 몸을 굽히며, 화살을 멀리 날리기 위해 시위를 힘껏 뒤로 당긴 상태를 ‘승자의 인내’라고 한다. 그는 ‘인내하지 않고 얻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인생은 부싯돌의 빛과 같이 짧다. 그러므로 매일 진검승부로 임해야 한다. 쓸데없는 것으로 다투고 있을 틈이 없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쳐도 희망을 버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 매일 매일 조금 씩 조금 씩 자신을 갈고 닦는 ‘계속의 힘’을 유지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동양의 역사와 사상에 대한 탄탄한 지식을 바탕으로 현대인에게 빛나는 삶의 지혜를 들려주고 있는 중국 작가 칭윈은 인내를 주제로 한 저서를 통해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인내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우선 문제가 생기면 곧바로 싸우지 말고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한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여 투쟁하며 살아가는 세계에서 제 나름대로 지위를 굳히고 싶다면 자신의 욕망을 억제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영예와 치욕에 담담해지는 것이다. 어떤 환경에 처해있든 우리는 담담해져야 한다. 인내심을 발휘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식은 치욕을 당해도 당황하지 않는 것이다.

세 번째로 원한이 있는 사람을 포용하는 것 또한 인내의 한 방식이다. 미운 사람을 만나면 흠씬 두들겨 패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주위에 원한을 품은 사람들이 많으면 그만큼 자기 삶에 장애물을 늘리는 것과 다름없다.

네 번째는 분노의 표출을 자제하는 것이다. 누구나 화가 나는 일을 겪게 마련이지만, 모든 사람들이 화를 그대로 드러내지는 않는다. 자신의 감정을 삭이지 못해 불만과 원한을 모두 표현하거나 심지어 애꿎은 사람에게 화풀이를 한다면, 결국 주변 사람들로부터 점점 더 미움을 사고 무시를 당하게 될 것이다.

다섯 번째는 겸손함이다. 이 또한 인내의 한 방식이다. 겸손한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가르침을 구하고, 자신의 재능을 뽐내거나 자만하지 않는다. 겸손함은 사람을 진보하게 하지만 교만은 사람을 낙오자로 만든다. 겸손한 사람은 매사에 큰 실수를 하는 법이 없다. 그러므로 교만해지지 않도록 항상 경계해야 한다.

 

인내는 단순히 꾹꾹 눌러 참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어떤 경우에도 실망하지 않고 좌절하지 않는 것, ‘마음의 어둠’과 계속 싸워나가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가치이다. 큰일을 이루려면 참아야 하고, 일상생활에서도 늘 참아야 하며, 평안함을 유지하려 해도 참아야 하고, 어떠한 어려움에서 벗어나려 해도 참아야 한다. 인내는 약자의 무력함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강자의 최고 수양을 의미한다. 역사의 위인뿐만 아니라 존경받는 정치인, 성공한 기업가들은 모두 인내의 가르침을 좌우명으로 삼고 날마다 자신을 단련한다. 인내는 자신의 성품을 닦는 과정에서 최우선의 덕목이고, 명예를 세우는 필수적인 방법이며, 대업을 성취하기 위한 무기이자, 부자가 되기 위한 비책이다. 인내는 인생의 가장 강한 힘이자 최고의 경쟁력이다. 인내 속에 세상의 어려움을 풀어가는 답이 들어 있다. 인내는 희망의 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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