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칼럼·사설·기고
[혹부리 영감의 김포이야기] 온달의 아내 <112>

앙코르가 끝나고 광대들의 한바탕 놀이를 보고 방에 들어와 반주로 고기 안주에 술 한 잔하고 있는데 누가 방문을 열고 고개를 삐죽 들이밉니다. 히죽 웃는 얼굴을 보고 나는 술잔을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웬수 아니 굳이 그런 사이는 아니지만, 뺑덕어멈이 나타난 것입니다.

“혹부리, 오랜만이야. 이런 곳에서 볼 줄이야. 히히”

아, 마귀 같은 여자입니다. 오십 평생 야지 아씨만 그리며 동정을 지키고 있는 내가 뺑덕어멈에게 순결을 잃어야 하겠습니까. 침착해야 합니다. 저 야수 같은 뺑덕어멈에게 겁탈당할 수는 없습니다. 나는 남자지만 원치 않은 사랑은 싫습니다.

“어, 어떻게 알았어? 이 댁과 무슨 관계야?”

“관계는 무슨…. 피맛골에서 주막하고 있는 언니 집에 왔다가 풍문이 이 댁 잔칫집에 초청되었다고 해서 온 거야. 들어갈게.”

하더니 좁은 방안으로 들어와 술상 앞에 앉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술병을 들어 입에 대고 벌컥벌컥 들이마십니다. 말리고 자시고 할 시간도 없습니다.

“빼, 뺑덕어멈. 나 조금 있다가 나가야 해. 뺑덕이 잘 있지?”

“응, 혹부리, 온달 마누라 이야기 좀 해주라. 내가 예전에 듣긴 했는데 나이가 먹어서 그런지 가물가물 하네.”

얼굴이 예전의 그 모습이 아닙니다. 가까이서 보니 흰 머리도 많군요. 현대라면 염색도 하지만 우리 때는 여자 나이 오십이면 완전 할멈이지요. 폐경도 오래전에 했을 것입니다. 성호르몬이 다 말라버린 표정을 보니 웬수도 측은해집니다. 몸이 이러니 나를 덮칠 생각은 못하겠지요. 그래서 온달 이야기를 읊기로 했습니다.

“옛날 고구려 때 바보 온달이 살았어요. 그 사람은 모시고 장작을 팔아서 살았는데 너무 착해서 바보 온달이라고 불렀답니다. 그런데 임금님 사시는 궁에서는 평강공주가 살았어요.”

“혹부리, 왜 그래? 말투가 이상하네. 술 취했어?”

나도 모르게 TV에서 유치원 어린이들을 상대로 하는 뽀미 언니 흉내를 내고 말았던 것입니다. 아차차, 급히 어투를 재담 식으로 바꿨습니다.

“평강공주는 어려서 툭 하면 울어 울보 공주라고 불렀습니다. 그때마다 부왕이 계속 울면 온달에게 시집보낸다고 놀렸습니다. 그리고 열여섯이 되었습니다. 임금은 예쁘고 똑똑한 공주에게 훌륭한 남자를 남편으로 맞이하게 하려고 준비 중이었습니다.”

그러나 평강공주는 자신은 성 밖의 온달에게 시집가겠다고 말했습니다. 부모님은 어이가 없어 귀족 아들과 혼인을 서두르자 공주는 패물을 들고 유모와 함께 성을 빠져나와 온달의 집으로 갔습니다. 장작을 팔아 생계를 이었지만, 온달은 어머니를 정성껏 봉양하는 효자였습니다.

“온달님, 저는 평강공주입니다. 아내가 되려고 찾아왔으니 부디 받아주십시오.”

처음에는 요물이 변신해 자신을 홀리려고 하나 했지만, 유모의 설명을 듣고 이해했습니다. 공주는 시장에 나가 패물을 팔아 그 돈으로 궁에서 나온 비루먹은 말을 샀습니다. 공주가 일부러 가장 좋은 말의 다리에 침을 꽂아 다리를 절게 했기에 헐값에 살 수 있었습니다. 공주의 후원 아래 온달은 그 말로 무술을 연마했습니다. 그리고는 왕이 사냥할 때 나가 제일 많은 수확물을 내놓고 자신이 평강공주의 남편임을 알렸습니다.

“그래서 바보 온달은 임금의 사위가 되었는데…뺑덕어멈. 여기서 잠들면 어떡해?”

술상에 얼굴을 파묻은 뺑덕어멈이 잠꼬대합니다.

“혹부리! 나 싫어? 나는 혹부리 사랑하는데. 근데 뺑덕이 그 미친년이 혹부리에게 시집가고 싶다네. 웬 팔자가 남자 두고 딸과 다투다니.”

최영찬 소설가

김포신문  gimpo1234@naver.com

<저작권자 © 김포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김포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포토뉴스
  • 1
  • 2
  • 3
  • 4
  • 5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