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수산에서

▲ 이 상 범
스스로의 담금질로 정상에 곧추서면
먼먼 땅 안개의 띠 길게 누워 잠적하고
들찔레 희디 흰 고백 가슴 뭉클 메인다.
바다도 바람 센 날은 희끗희끗 뒤집히고
나직한 건너 평원 어디론가 자꾸 밀려
발신도 수신도 없는 안부 다시 적고 있다.
촉촉이 젖은 산을 초록 밟아 올라서면
애기똥풀 끈끈한 정 샛노랗게 나부끼고
역사의 진한 편린들 바람 속에 눈을 뜬다.

·1935년생
·김포시 감정동 신화아파트
·196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일식권」으로 당선
·1991년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장
·중앙시조 대상, 한국문학상, 가람문학상 등 6개 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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