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채순 위원장
정치학박사(Ph.D)
민주평화당 김포시을
지역위원장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서 힐링(healing)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힐링의 사전적 의미는 ‘신체의 불균형이나, 질병으로부터 회복하는 과정’이다. 여기에, 상처, 피로나 스트레스로부터도 몸과 마음을 건강하도록 치료하거나 회복하는 행위 또는 과정을 말한다고 하겠다. 우리말 표현을 찾자면 치유(治癒)에 해당한다.

무한하게 발전해 가는 사회에서 인간이 삶을 영위하면서 단순하게 사고하고 생활했던 옛날보다 더 어렵고 힘든 일이 많아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사회에서 개인은 외롭고 고독하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7년 통계에 의하면 1인 가구수가 562만이다. 전체 가구의 28.6%가 혼자 사는 사람들이다. 줄잡아도 562만 명의 한국인은 혼자서 생활하는 것이다. 물론 혼자 산다고 해서 더 외롭거나 고독하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발달한 각종 문명의 이기가 혼자 생활하면서 행복을 누리는 방법을 주기 때문이다.

우리 문화는 1960년대 이전의 대가족 시대와 오늘날의 1인 가구와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가 있다. 경제가 발전하고 과학과 기술이 발달하는 가운데서도 자연환경이 악화되었고 인간의 육체와 정신건강을 해치는 요인 또한 대폭 늘어났다.

경제가 급성장한 우리나라는 2003년 이후 13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를 달리고 있다. 2017년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국민은 1만2463명이나 되었다. 10만 명당 자살자 수가 23명 정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새로 OECD에 가입한 리투아니아 뒤를 이어 2위다. 자살률이 차츰 감소하고 있지만 우리 국가사회에서 자살에까지 이르는 삶의 갈등과 고통을 해결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이 문제를 푸는 일이 간단하지는 않다.

정신과 의사 정혜신 박사는 최근 15년간 병원 진료실 밖의 여러 트라우마 현장을 찾아 피해자들을 찾아 함께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 안산 현지로 이주하여 ‘치유공간 이웃’을 만들고 참사 피해자들의 치유하는 데 힘을 썼으며, 2009년 8월 정리해고의 고통으로 30명이 희생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그 가족들을 위해서는 심리치유공간 ‘와락’을 만들었다.

그가 지난해 10월에 출간해 베스트 셀러가 된 <당신이 옳다>(해냄)에서 일반적으로 눈물 흘리는 사람들의 트라우마를 현장에서 충조평판(충고, 조언, 평가, 판단)을 하거나, 심리치유관련 자격증을 가진 전문가들은 그들을 환자로 보고 약물 처방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반대로 현장에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는 자원활동가들은 피해 유가족들과 함께 울고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마음을 전달한다는 것이다.

 

 “네가 그렇게 힘들었는데 내가 몰랐었구나”하는 심리적 심페소생술(CPR)을 담고 있는 이 책은 결국은 국가 사회의 각종 트라우마 피해자들에게는 약물 등 어떤 치료보다 큰 힘인 ‘공감’이라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지만, 196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농촌의 여인들은 절구통에 벼, 보리 등 곡식, 메주나 떡을 넣고 빻거나 찧는 고된 일을 했었다. 우리네는 ‘절구질 하는 옆에서 고개만 까닥거려줘도 고된 노동을 줄여준다’고 했다. 단순하지만 공감의 표현이었다.

서로에게 공감은 너도 존재하지만, 나도 존재한다는 전재하에 이루어진 감정적 교류여야 하지 않을까?

한국의 정치에서 여든 야든 국가를 위하고 사회를 위하는 일인데, 어떻게 한쪽은 없어지고 한쪽만 존재해야 한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노와 사,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 생산자로서의 농민과 농산물 소비자로서 국민 등 모든 분야의 상대가 상대방의 입장을 바꿔서 서로를 이해하는 공감을 이룰 때 모두 함께 치유하는 공생의 길이 열릴 것이다.

영국의 철학자이며 정치 사상가인 토마스 홉스(Thomas Hobbes:1588~1679)가 말한 인간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war of all against all)’이 아니고, 새해에는 세계 속에 만인이 존재하기에 내가 내가 존재할 수 있다는 세계 내 존재(being-in-the-world, 世界內存在)의 의미를 이해하여 반대편과의 입장을 상호 존중하고, 나의 권리는 물론 상대방의 존재와 존엄을 존중하고 공감하는 성숙한 사회가 될 수 있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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