싶을 때가 있다

 

이초우

 

가끔 나는,

나를 잠시 보관할 길이 없을까 하고

한참 두리번거릴 때가 있다

내가 너무 무거워 어깨가 한쪽으로 기울었을 때

운명 같은 나를 버릴 수야 있겠냐만

꽤 귀찮아진 나를 며칠 간 보관했다가

돌아와 찾아가고 싶을 때가 있다

 

무게나 부피를 가늠할 수 없지만

그래도 별로 크지는 않을 것 같아

지하철 역사 보관함 같은 곳에다

지친 내 영혼

하얀 보자기에 싸서

보관 좀 해 두고 싶을 때가 있다

 

쌓이고 쌓여

주저앉을 만큼 무겁게 느껴지는 그런 때

내 生을 송두리 채 한 달포쯤 보관해 뒀다가

돌아와 찾아가고 싶을 때가 있다

 

[프로필]
이초우 : 경남 합천, 현대 시 등단, 시집[1818년 9월의 헤겔 선생]

 

[시 감상]
살다, 지치다, 주저앉다, 그러다 문득 나를 잠시 놓아주고 싶을 때가 있다. 내게서, 관계에서, 누구의 누구에서, 무엇의 무엇에서, 세상에서, 취미에서, 돈벌이에서, 응모에서, 기고에서, 의자에서, 나열하다 보니 나는 없고 또 있다. 없는 것이 나인지? 있는 것이 나인지? 관계된 대상을 하나씩 지워나가면 정말 뭐가 남을지? 대상일지, 나일지? 그런 생각이 든다. 아주 우연하게도 그런 날이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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