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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부리 영감의 김포이야기] 아내 길들이기 2 <109>

내 재담이 끝나자 잔칫집은 박장대소했습니다. 상석에 앉아 환갑상을 받은 주인이 묻습니다.

“그래, 그 다음은 어찌 되었소?”

내게 재담비를 주실 분이 물으니 공손히 대답해야 합니다. 잘 보이면 보너스 더 줄 테니까요.

“네, 어르신. 그 다음 날 육조에 판서님이 나가셨지만, 수염이 뽑혔기에 두건을 쓰고 그 부위를 가렸습니다. 제가 혹을 가린 것처럼 말이죠.”

제가 혹을 툭툭 치며 말하자 하하하. 또 웃음보가 터졌습니다.

“임금님께서 부르니 가야 했습니다. 그래서 판서는 경복궁으로 들어갔습니다.”

임금이 수염 뽑힌 몰골을 보고 깜짝 놀라 까닭을 물었습니다. 그러자 할 수 없이 첫날밤 이야기를 털어놓았습니다. 그러자 임금님은 크게 웃으면서 가정의 화목을 위한 것이니 적게 손해 본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열화와 같은 박수와 함께 다음 재담에 들어갔습니다.

“어떤 사람이 아내의 바가지에 못 참겠다고 오늘부터 굶어 죽겠다고 선언하고 방문을 닫았습니다. 그리고는 외부에서 들어오지 못하게 안에서 판자로 빗장을 만들어 못질했습니다.”

기가 센 아내는 흥, 하고 콧방귀를 뀌었지만, 아침에 시작한 단식이 다음 날까지 이어지자 냉담했던 아내의 태도가 바뀝니다. 방문으로 살금살금 걸어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남편이 신음을 냅니다. 그러면 멈칫하다가 다시 돌아갑니다. 그러다가 얼마 뒤에 다시 돌아와 방안의 동정을 살핍니다. 그럴 때마다 아이구, 아이구하며 죽어가는 시늉을 합니다. 다시 돌아갑니다. 그리고는 다시 발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그러면 남편은 살그머니 일어나 다락문을 열고 들어가 몰래 감춰둔 밤(栗)과 과일을 꺼내 소리 안 나게 씹어 먹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자리에 눕지요. 다음 날 아침에는 발걸음이 잦아지는데 아내뿐 아니라 아이도 염탐하러 온 모양입니다. 끙끙 앓는 소리를 내지요. 이렇게 하기를 사흘째가 되자 아내가 빌기 시작합니다.

“여보, 얘기 아버지. 그만 하고 문 열어요.”

모양새는 비는 것이었지만 목소리에 자존심이 살아 있음을 안 남편은 더욱 죽어가는 시늉을 합니다. 어이구, 나 죽는다하고 소리를 지릅니다. 그러면 아이들이 울고 급기야 아내마저 통곡합니다. 시간이 좀 흐르면 장인, 장모까지 동원됩니다.

“이보게, 왜 그러나? 어서 나오게. 자네 그러다 죽어. 그러면 내 딸은 어찌 되누?”

남편은 속으로 웃습니다. 나 죽으면 과부 되지. 이번에는 축 늘어진 채 죽는 시늉을 합니다. 창호지에 구멍을 뚫고 보면 곧 죽을 사람처럼 보일 것입니다.

“어이구, 우리 사위 죽네. 죽어. 내가 혼을 내겠으니 그만 하게. 애들아, 문 뜯어라!”

방문이 부서지고 남편은 사내들에 의해 밖으로 들려 나옵니다. 아내는 통곡하고 아이들도 따라 울고 난리지요. 그러면 장인, 장모 앞에서 아내에게 다시 바가지 안 긁겠다고 다짐을 받았습니다. 그 뒤로는 아내가 조용해졌다고 합니다. 이것을 부러워한 동네 친구가 비결을 묻자 술을 실컷 얻어먹고 단식 비법을 알려주었습니다. 물론 다락에 몰래 수분 많은 밤이나 배 등을 숨겨놓고 먹었다는 것은 말해주지 않았지요. 잔뜩 술에 취한 친구는 집으로 돌아가자 그날부터 굶어 죽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기가 센 부인은 흥! 하고 비웃었지요. 친구가 방문에 들어가자 부인이 판자를 대고 못질을 했습니다. 술이 깬 친구는 배가 고팠지만 쉽게 항복할 수 없었습니다. 하루를 굶자 부인이 마당에서 아이들과 숯불구이를 하며 고기를 먹었습니다. 커다란 부채로 방 쪽으로 냄새를 몰았지요. 그러자 견딜 수 없었던 친구가 항복을 선언했지만, 밖에서 못 질을 한지라 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손발이 다 닳도록 빈 다음에야 겨우 방에서 나올 수 있었는데 그 뒤로는 아내에게 꼼짝도 못했습니다. 장날 시장에서 만난 친구가 말했습니다.

“자네 대단하네. 나는 배가 고파 죽는 줄 알았는데 용케 견뎠군, 그래.”

최영찬 소설가

김포신문  gimpo12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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