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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우리 교수님도 비정규직

박채순

정치학박사(Ph.D)

민주평화당김포시을지역위원장

세말(歲末)에 쓰는 글이 희망적이고 특별히 1년을 돌아보는 글이었으면 하는데, 지난 호에 이어 이번에도 한국 사회의 또 다른 어두운 분야인 또 다른 비정규직인 박사급 시간강사에 대한 글이다.

나 또한 쉰 살이 넘어서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한국과 아르헨티나에서 비정규직 시간 강사를 한 경험에 비추어, 현재 대학교에서 강의하는 76,000여명의 박사 학위 소지 시간 강사에 대해서 눈길과 마음이 가기 때문이다. 글을 쓴 사람이 사회 현상의 어두운 문제에 대해 글로 문제를 제기한다는 것은 이 어두운 부분에 빛을 비추어 더 밝은 사회를 지향하자는 의미다.

8년 전인 2010년 5월 조선대 시간강사 서정민 박사가 지도교수 논문 대필과 채용비리를 폭로하고 시간 강사의 처지를 비관하면서 자살했다.

그의 자살이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켜 2011년 12월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그러나 이 법을 적용해야 하는 대학 당국과 보수층의 무성의로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2012년11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무려 4차례에 걸쳐 시행을 유예해 왔다.

오랜 연기 끝에 결국 최근 2018년 11월 29일 ‘강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서 8년 만인 2019년 8월부터 시행되도록 예정되었다.

국립과 사립대학교에서 근무하는 대학강사들도 2019년 8월 이 법이 시행되면 '교원' 지위를 얻게 된다. 강사 임용 후 1년은 무조건 지위를 보장해야 하고, 1년 후에도 재임용 절차를 통과한 강사들은 2년까지 총 3년 근무가 가능한 것이다. 시행령을 만들면 4대 보험 제공과 함께 방학 중에도 임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개정안에는 '연구 공간도 제공하고 명절 상여금과 휴가비에도 차별을 두지 않는다' 등의 내용이 담겨있어서 이 법률로 시간강사의 법적 지위가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법 통과 한 달도 안 돼 이 강사법이 오히려 시간강사의 목줄을 죄는 역설적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재정난을 이유로 대학들이 시간강사를 대량 해고하거나 강좌 수를 축소하고 기존 교수의 강의를 늘이는 등의 대응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들의 주장은 지난 10년간 등록금 인상이 동결된 데다, 학생 인구 감소로 인해서 입학 정원까지 줄어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결국 이런 현실에 기존에 근무하던 시간강사의 30% 이상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런데 또 다시 대학가에는 바로 이 ‘강사법’ 때문에 강사들이 대거 쫓겨날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강사 처우 개선을 위해 대학에 지원할 정부 예산 288억 원이 책정된 이후에도 법 시행을 앞두고 재정 부담을 이유로 대학들이 선제적으로 강사 대량 해고에 나선다는 것이다.

시간강사 자신들과 사회 일반에서는 여러 대학을 전전하면서 변변한 연구실은 물론 강의 시간 전〮후에라도 잠시 앉아서 휴식할 책상 하나 없는 시간 강사의 처지를 자조적으로 '보따리 장사'나 유령으로 부른다. 우리나라는 조선시대에도 시골 벽촌에까지 아이들을 가르쳤던 서당이 있었고 이 서당에서 강독을 가르쳤던 훈장에게도 학생과 그의 부모들이 극진히 대접을 했다. 스승은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고 하여 임금과 아버지와 동등한 은혜를 받는다고 했으며 그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 등의 존경을 받아왔다. 우리 전통은 지금 비정규직으로 생활하는 시간강사들과 큰 대조를 이룬다.

강사법이 통과되고 이 상황을 마주하면서 세 종류의 사람들이 머리에 떠오른다.

신자유체제하의 대학에서 예산 문제를 이유로 시간강사 자리에서 잘려 나갈 힘없는 박사들이다. 그들은 신분 보장과 처우 개선을 기대했다가 역설적으로 생존권 위기에 내몰린 것이다. 또 자식의 최고 학문 성취를 위해서 온갖 정성을 다해서 박사학위 취득까지 어려운 과정의 뒷바라지를 한 수 많은 부모님들이다. 마지막으로 강의가 통폐합되어서 학문 생태계가 위협받을 특수 분야의 전공 학생들이다.

평생 학문을 읽히고 가르칠 것을 목표로 한 박사학위 지식인들의 처우와 지위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학문이 신자유체제를 벗어나지 못한 한국 사회에서 비정규직인 시간강사 자리마저 위태로운 그들이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배부르지 않더라도 밥만 먹게 해 달라”고.

 

김포신문  gimpo12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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