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채순
정치학박사(Ph.D)
민주평화당 김포시을
지역위원장

서울 마포구 아현동의 단독주택에서 10여년간 세 들어 살다가 재건축 바람에 밀려 네 차례의 강제집행으로 쫓겨나, 갈 데가 없어 빈집을 전전하던 철거민이 더 이상 버틸 힘을 잃고 지난 3일 한강에 몸을 던졌다. 고달픈 삶을 마감한 37살의 박준경씨다.

그가 광고 전단지 뒷면에 남긴 쪽지에는 “추운 겨울에 씻지도 먹지도 자지도 못하며 갈 곳도 없습니다. 3일간 추운 겨울을 길에서 보냈고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려워 자살을 선택합니다”라면서 "저는 이렇게 가더라도 우리 어머니께는 임대아파트를 드려서 나와 같지 않게 해주세요"라는 내용을 남기고 떠나 갔다.
자식의 주검을 앞에 둔 그의 어머니는 “아들은 내 꿈이었고 나의 인생의 전부였는데 내가 임대아파트가 뭐가 필요하겠냐. 내 아들만 살려달라”고 오열했다.

지난 11일 새벽에는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24세 비정규직 노동자가 25m 높이의 석탄 이송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진 채 발견되었다. 유품이 컵라면과 손전등이 전부였던 김용균씨는 사망한지 지 수시간 동안 방치돼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발전소 현장설비 하청업체에서 정규직이 3개월 동안 받는 안전교육을 단 2주만에 마치고 투입된 지 석 달이 채 되지 않은 계약직 노동자였다.

안전모를 쓴 그의 사진 팻말에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 노동악법 없애고!, 불법파견책임자 혼내고!, 정규직 전환은 직접 고용으로! “라고 쓰여있다. 그가 근무한 이 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는 한국전력공사의 5개 하청업체 중 하나로, 2010년 이후8년동안에 12명의 비정규직 하청업체 노동자가 숨졌다는 것이다. 이런 업무에는 ‘2인1조’ 근무가 원칙이나 서부발전이나 하청업체 쪽은 위험업무가 아닌 단순업무라는 이유로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위험과 죽음의 외주화’를 떠안은 회사가 기본적인 안전 수칙만 지켰어도 목숨을 잃지 않았을 것이다.

그보다 하루 앞선 지난 10일 오후에는 서울의 국회대로에서 50대 택시 운전자가 정부가 추진하는 카카오 카풀 서비스 시행에 반대한다면서 목숨을 던졌다.

한편, 2,600여명의 비정규직을 고용한 엘지유플러스의 하청 노동자 김충태와 고진복씨가 12월 12일 서울 강변북로 한강대교 북단에 있는 40m 높이 칼 바람 속의 철탑에 올라 “비정규직 끝장내자”라는 문구가 적힌 펼침막을 내리고 위험한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강남 아파트가 며칠 동안에 몇 억이 뛰는 같은 서울에서 몸 하나누울 공간이 없어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아무도 없는 캄캄한 곳에서 컨베이어 벨트의 희생물이 되고, 불가항력의 카카오 택시 출현으로 생업에 위협을 느낀 기사의 죽음이 발생하는 등 일련의 안타까운 사건 사고가 며칠 동안에 벌어졌다. 금년 말이면 1인당 국민소득3만불 시대를 맞는다는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것이다.

우리나라가 1997년 IMF 경제위기에 신자유주의 시장통합과 경제개혁, 구조조정과 노동유연화라는 명목으로 ‘정리해고법’과 ‘파견근로자 보호법’이라는 법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양산해 냈다. 자본은 2년 동안 일하는 노동자는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비정규직 보호법’을 악용하여, 노동자가 2년을 채우기 전에 해고하는 등의 법망을 피하고 자본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더욱 고삐를 죄었다. 국가 기관이나 한국전력공사 같은 공기업마저도 이 비정한 비정규직 마법을 활용했다. 감정 없는 자본과 권력에 편승하지 못하거나 정규직에 포함되지 못한 사람들은 사회에서 탈락한 소외 빈곤 계층으로 전락되어 한국 사회가 불평등한 격차 사회가 만연해 진 것이다.

어머니에게는 임대주택을 지원해 달라는 박준경씨의 마지막 호소와,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나서, . 노동악법 없애주고, 불법파견책임자를 혼내주며 정규직 전환은 직접 고용으로 해 달라”는 김용균씨의 울부짖음과 거대 자본에 일자리를 빼앗길 위험 앞의 택시 기사 등의 외침에 우리 모두는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우리 인간이 행복하게 잘 살기를 원한다. 그러나 잘 살기 위해서는 살아있어야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사람의 목숨보다 더 귀중한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더 우선 사람이 살고 보아야 할 것이다. 젊은이가 삶을 포기하고 젊은 생명이 희생되는 사회는 구성원 모두가 불행하다.

한국 사회가 변해야 한다. 영혼이 없는 자본주의, 자본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신자본주의, 정의롭지 못한 권력과 정치인, 비정규직의 고통을 외면하는 기업과 고액 연봉의 정규직 등 국가 사회 전반의 정치, 경제 사회에 만연된 인간성 상실의 모든 주체가 아까운 생명을 앗아간 공동 범죄자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제 모두가 함께 외쳐야 한다. “아! 대한민국 제발 다 함께 삽시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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