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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부리 영감의 김포이야기] 눈먼 아내 1 <105>

양동이를 무당집에 숨겨놓고 있지만, 가슴은 조마조마합니다. 혹시 염포교가 미행하는 것이 아닐까, 길가에 서 있는 사람이 포도청 밀대가 아닐까 좌우로 눈알을 굴렸습니다. 일부러 골목길로 들어가 미행자가 없나 살펴보기도 했습니다. 다행히도 그런 조짐은 보이지 않았지만 방심할 수는 없습니다. 오늘은 종로에서 크게 비단전을 하는 상인의 집 환갑잔치에 재담하러 갑니다. 부자답게 큰 액수를 제시하더군요. 주로 풍악꾼들이 장구치고 춤추고 하는 가운데 나는 양념으로 불쑥 나와 한마디씩 하는 것입니다. 제가 혹이 달린 모습이라 꺼리며 두건으로 혹을 가리라는 주문을 받았습니다. 자존심이 확 상해서 그만두려고 했지만 페이(pay)가 만만치 않습니다. 페이 아니 그건 현대 용이군요. 재담비죠. 요즘 꿈에서 미드를 많이 보니 나도 모르게 쏘리. 또 그러네, 미안합니다. 자꾸 영어가 나오네요. ㅎㅎ 세종대왕이 들으셨으면 혼내시려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어쩝니까? 꿈에 자꾸 나오니 어쩔 수 없지요. 덩덩덩. 내가 그 집에 들어서자 장구소리가 요란하고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모여들어 잔칫상을 받았습니다. 시끌버끌 요란한 가운데 나도 그럴듯한 밥상을 받았습니다. 오늘 환갑잔치를 빛낼 재담꾼이니까요. 드디어 내 차례가 왔습니다. 주최측의 요구대로 두건으로 혹을 가리고 등장했습니다. 덩덩덩덩. 장구 소리와 함께 재담꾼을 소개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뭐야? 재담꾼이 벙어리인가?”

좌중에서 누군가 소리치자 와 하고 웃음이 터졌습니다. 그러나 나도 맞받아쳤습니다.

“여러분, 오늘의 재담꾼 풍문입니다. 실은 제가 혹부리인데 재담은 혹에서 나옵니다. 그런데 볼상 사납다고 혹을 가리라고 하네요. 어쩌면 좋지요?”

그러자 여기저기서 빨리 두건 벗으라고 아우성칩니다. 그제야 나는 두건을 벗고 커다란 혹을 툭툭치고 입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 아니 요즘도 혼인에 속임수가 성행합니다. 홀아비가 총각이라고 속이는 것도 다반사입니다. 반대로 신부가 곰보이거나 장님인 것을 속이고 혼인하는 것도 있지요.”

사실로 내가 살던 조선에는 천연두로 얼굴이 얽은 사람이 많았습니다. 이 병에 걸리면 대부분 죽는데 살아남으면 얼굴에 흉터가 남지요. 또 태어날 때부터 장님도 있어서 속이고 혼인도 하지요. 여자일 때 아내가 곰보이거나 장님이면 첫날밤에 소박을 당하지요. 그래도 혼인하는 것은 처녀 딱지라도 떼어 원귀가 되는 모면하려고 하는 것이지만 대부분 그 소원은 빗나가지요.

“어느 양반댁에 나이 어린 도련님이 있었는데 중매가 들어왔습니다.”

매파가 신부 될 여자의 집이 부자고 오빠들이 모두 과거에 붙어 벼슬했다고 자랑합니다. 그리고는 한 마디 덧붙입니다.

“다 좋은데 좀 먼 것이 흠입니다.”

자기네보다 집안이 나은 집에서 혼인하자고 하니 귀가 솔깃한데 먼 것이 무슨 흠이되랴 싶어 혼인하겠다고 승낙했습니다. 이래서 사주단자가 오가고 혼수가 마련되어 신랑이 초행길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사흘 뒤에 신랑이 신부를 가마에 태우고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신부가 눈을 꼭 감고 있는 게 아닙니까. 혼인할 때 눈에 꿀을 붙이고 귀에다 솜을 틀어막고 입에 대추를 넣는 것이 풍습입니다. 여자는 시집가면 장님 삼 년, 벙어리 삼 년, 귀머거리 삼년으로 시가에 복종하고 살라는 것이었지요. 그런데 귀가 들리고 입이 트였는데 보지는 못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신부가 장님이었던 것입니다. 나이 어린 신랑은 신부가 눈이 먼 것을 눈치채지 못한 것입니다. 화가 난 시부모가 매파에게 따집니다. 그러자 매파도 지지 않고 대듭니다.

“제가 거짓말했습니까? 먼 것이 좀 흠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먼 것이 신부 집이 먼 것이 아니라 신부의 눈이 먼 것을 그제야 알고 망연자실했습니다.

최영찬 소설가

김포신문  gimpo12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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