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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감상] 그 반찬가게의 비법

그 반찬가게의 비법

 

모현숙

물방울만 튕기던 손도 늙어간다. 라면으로 때운 속이 더부룩해도 불맛 라면 출시 광고 앞에서 어느 저녁, 편한 불맛의 한 끼로 찜한다. 손은 미안하지만 앞으로 당당하기로 한다

반찬가게엔 물방울 튕기던 손들이 긴 줄 선다. 주름진 손을 숨긴 나는 반찬가게 주인에게 이 많은 반찬을 어떻게 매일 요리하느냐고 물었더니,

죽을힘으로 만듭니다
그녀 대답, 발효된 저염도 건강식으로 걸어 나왔다

죽을힘으로 무친 파래와 김치 양념의 비법까지 내 비법인 양 시의 밥상에 차린다. 물방울 튕기던 손으로 쓴 내 시는 밍밍하거나 짜다. 사람들은 간이 맞지 않는 내 시를 모른 척했고, 감동으로 푸짐한 상을 차려내는 일은 더더욱 없었다

그 반찬가게의 비법과 그녀의 고단까지 질투하는 내 시의 밥상에서 봄은 흔들림 없이 기다려 준 나무에게만 꽃을 허락하고 있다. 암만해도 더 죽을 만큼 그리워해야 입맛 도는 시가 될 모양이다

[프로필]
모현숙 : 조선문학 등단, 국제 펜클럽회원, 시집[바람 자루엔 바람이 없다]

[시 감상]
세상에 죽을힘을 다하면 못할 것이 없다고 한다. 종종 어떻게 이런 반찬을? 어떻게 이런 음식을, 어떻게 이런 일을? 어떻게 여기까지?라는 말을 하거나 듣곤 한다. 사람이 마음과 정성을 다하면 무엇을 못할까? 연말이 가까워진다. 올해는 죽을힘으로 한 일이 없다면 내년, 한 해를 시작하며 무엇에 죽을힘을 다해야 할지, 지금부터 계획해보자. 내일부터가 아니고 오늘부터. 본문의 말처럼 입맛 도는 삶을 위해.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김포신문  gimpo12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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