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채순
정치학박사(Ph.D)
민주평화당 김포시을
지역위원장

세상 살면서 사람들이 흔히 “내가 10년만 더 젊었더라면” 하는 말을 많이 한다.

30대는 20대의 학창시절을, 40대는 30대의 풋풋했을 때를, 50대는 40대의 청춘을, 60대 70대 80-90대도 10년 전의 자기 나이 또래를 보고 “참 좋은 나이다. 내가 10년만 더 젊었더라면.”라고 부러워하면서 자기가 10년 전에 이루지 못한 일이나 해 보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아쉬워하곤 한다. 아일랜드 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명(墓碑銘)에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라고 써 있다고 한다. 그는 생을 마감하면서 10년 전의 일이 아니고 인생을 통째로 허송세월 했노라고 후회를 한 것이다.

나이 들어가면서 과거에 행하지 못한 일에 대해 후회하는 노인들에 관한 내용의 글이 많다. 일반적으로 많은 재산을 못 모았다거나 큰 명예나 권력을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나 후회보다는, 쓸데 없는 일에 지나친 걱정을 하면서 허송세월을 한 것, 아내와 자식 그리고 친구들에게 좀 더 다정하게 잘 대하지 못한 점, 자기 자신에 충실하지 못한 점, 하고 싶었던 일에 좀 더 도전하지 못한 점 등에 대해 아쉬워하는 것이다. 대부분이 만약 인생을 되돌릴 수 있다면 부족하고 도전하지 않았던 부분에 더 관심을 가지고 노력했을 것이라는 회한(悔恨)도 함께 한다.

얼마 전에 우리 사회에서도 ‘버킷 리스트’가 널리 사용되었다. 2007년 잭 니콜슨과 모건 프리먼이 주연한 롭라이너 감독의 영화<버킷 리스트: The Bucket List>가 상영된 후부터다. ‘버킷 리스트’는 죽기 전에 꼭 해 보고 싶은 일들을 적은 목록으로, 그 영화에서 죽음을 앞에 둔 두 주인공이 한 병실을 쓰게 되면서 자신들에게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하고 싶은 일에 대한 리스트를 만들고 병실을 나가 이를 하나씩 실행한다는 줄거리였다.

영화의 설정은 병 든 사람들의 인생의 막다른 순간을 택해 극적인 면이 부각되었지만, 사실 우리 인간은 언젠가는 누구나 예외 없이 죽는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 나이와 관계없이 다소 빠르거나 늦거나 차이가 나더라도 생을 마감한다는 데는 모두 같은 운명이다. 즉 모든 사람이 삶의 마지막 순간에 후회하지 않도록 꼭 하고 싶은 일의 목록을 만들고 체크해가면서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일반적으로 일상 생활의 매너리즘(mannerism)에 안주하여 살다가 인생을 결산할 때에야 대부분 후회를 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의 베스트 셀러 작가 팀 페리스는 그가 마흔 번째 생일부터, 세상의 현자들인 하버드대학교 석학, 글로벌 기업의 CEO 등, 일과 삶에서 독창적인 성공을 거둔 사람들을 대화와 토론, 면담을 통해 얻은 내용을 바탕으로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원저 Tribe of mentors》라는 책을 저술했다.

저자가 100명 이상의 각 분야에 지혜 있는 멘토(mentor)들의 메시지를 종합한 책의 결론에서“소중하게 간직해온 일이 있는가? 꿈꿔온 삶의 방식이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지금하라. 지금 하지 않으면, 대체 언제 할 것인가?”라고 말한다.

우리는 삶의 지혜를 멀리 외국에서 예를 찾지 않더라도 연세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인 김형석 선생님의 모범적인 삶을 통해서 배울 수 있다. 그가 쓴 ≪영원과 사랑의 대화≫와≪고독이라는 병≫ 등은 1970년년부터 많은 한국인들에게 삶의 의미를 가르쳐 주었다. 최근에는 ≪백 년을 살아 보니≫등을 써서 인간 삶의 진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형석옹은 1920년 생으로 금년에 99세다. 그 나이에도 불구하고 요즘도 방송과 일주일에 서너 번의강연, 쉬지 않는 집필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계신다.

인생에 있어서 각자가 추구하는 삶은 다양하다. 물질 만능 시대에 물질이 지배하는 사회에서도 느림의 미학, 비우기, 여유와 안빈낙도를 추구하는 삶 등이 현실에서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을 영위하면서 추구하는 꿈을 가졌다면 세월을 허비하지 말고 늦지 않게 실행하라는 의미의 가르침이 지배적이다. “쇠는 뜨거울 때 쳐라”라는 속담과 세르반테스가 말했다는 “태양이 있을 때 건초를 만들어라(Make hay while the sun shines)”라는 금언은 기회를 놓치지 말고 적절한 시기에 일을 처리하라는 의미로 서양에서 두루 쓰인다.

요즘 ‘당신의 전성기’라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다. 오늘 이 순간이 당신에게 가장 젊고 당신의 전성기라는 것이다. 당신의 전성기인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 지나간 10년의 잃어버린 시간을 아쉬워할 것이 아니고, “더 늦기 전에 당신이 추구할 일들을 바로 지금 하라”고 나 자신과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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