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에서


서봉교
 
그 곳에서는 부끄럽지 않단 말이야
가식을 훌훌 벗고
한 치 아니면 세치들이 자존심을 앞세워
아랫배에 힘을 주고 들어서면
겸손한 물들은 알아서 드러눕고
세상을 다 만져 본 듯한 거북이 등가죽 같은 손바닥으로
욕심을 밀고 육신을 밀고
거품처럼 빠져나가는 제 살점의 일부
그랬을 거야 그도 그 옛날
가마솥에 물을 데워 고무 함태기에서 등을 밀어주던 어머니를
뜨거운 탕 속에 엎드려 발장난을 하며
떠 올릴 거야
시방 잠시 떠 올릴 거야
벗고 살던 시대에는 욕심도 근심도 없었다는데
아직 세상이 이 만큼 유지되는 것도
일주일에 한두 번 목욕탕에서
옷을 벗어주는 사람들 염원 때문이라는 데 
아 시원하다
참 시원하다.

 

[프로필]

서봉교 : (월)조선문학 등단, 13회 원주문학상, 시집[계모 같은 마누라]

[시 감상]

때를 벗긴다는 것은 어쩌면 몸의 각질을 벗겨내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정갈하다는 말은 세속이라는 말에서 비켜난다는 것이다. 알몸과 알몸은 서로 부끄러움이 없다. 옷을 걸치면서 부끄러운 것을 알게 되었다. 문명은 문명으로 인해 망할 것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어린 시절, 부연 김 서린 곳에서 등을 밀어주시던 어머니의 모습, 나는 알몸 이었고 그때가 지금보다 더 행복했던 것 같다. 시인이 반복해서 말한 시원하다는 말이 오래 남을 것 같다.
[글/ 김부회, 시인/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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