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시일반
- 전우익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중 -

권봄이
(전)카피라이터
김포시민

스물 즈음 가벼운 마음으로 봉사를 시작했다. 내가 속한 지역구에 있는 청소년과 1:1로 만나 멘토를 해주는 봉사였다. 내가 만난 멘티는 학습장애가 있는 중학교 남자아이였다. 솔직하게 나는 그 아이가 참 어려웠다. 스스로도 부족함을 느끼는 내가 누군가의 멘토가 되어줄 수 있을까란 의구심이 매번 들었다. 결론적으로 6개월의 멘토링 기간 동안 아이에게 나타난 긍정적 변화는 없었다. 하지만 내 마음에는 변화가 있었다. 아이에 대한 책임감. 당시 이 아이의 삶을 어떻게 이끌어줘야 할지 몰라 책임감이란 것이 무겁고 버겁게 느껴졌다. 그때 멘토링을 이끌어주던 상근활동가가 “누군가의 인생을 한 사람이 모두 책임질 수는 없는 거야. 십시일반이란 말 알아? 열 사람이 한 술씩 보태면 한 사람 먹을 분량이 된다는 말이야. 우리 함께 한 술씩 고민 해보자.”라고 말해줬다.

그 말이 씨앗이 되어 가슴에 뿌리를 내렸다. 개인의 힘은 미미하지만, 함께 힘을 합하면 누군가의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그 말은 내게도 희망이었다. 외적으로 달라지는 것이 없다할지라도 관심 한줌 받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인생은 다르지 않을까. 이후 아는 지인들과 함께 독거노인과 아이들을 위한 반찬 팀을 기획해서 함께 운영했다. 난 그렇게 그 아이를 오래도록 만났다. 그 아이의 유일한 보호자인 할머니를 잃고, 성인이 될 때까지.

드라마처럼 순화되는 드라마틱한 결과를 볼 순 없었다. 그 아이가 나와의 만남에서 어떤 것을 느꼈을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그 아이를 만난 이후 내 삶의 가치관은 변했다. 하나는 도움을 줄때의 참 기쁨을 알게 되었다는 것. 다른 하나는 혼자만 잘 사는 것이 아니라 내 이웃을 살펴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법들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 내 주변의 이웃이 잘 사는 것이 종국에는 나도, 내 아이도 내 가족 모두 행복해 질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이다.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의 전우익 저자가 말했듯이 혼자만 잘 살면 무슨 재미일까. 뭐든 여럿이 나눠 갖고 모자란 곳을 두루 살피며 채워주는 것. 그것이 재미난 삶이 아닐까.

지금 아이를 키우며 반복되는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그 아이가 준 이 두 가지의 가르침을 늘 가슴 속에 품고 살아가려 한다.
<구성 : (사)한국문인협회 김포지부 회장 이재영>

 

저작권자 © 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