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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부리 영감의 김포이야기] 최고의 상인 <101>

돈 버는 것이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상인인지라 가슴이 찔릴 것입니다.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내 눈을 피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교훈적인 재담을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철이라는 이름의 고아가 개성에 있는 가게 점원으로 있었는데 천성이 순박하다 못해 우직했습니다. 그래서 주인이 매우 신용했는데 어느 날 주인이 돈궤를 열어 계산하다가 얼굴을 붉히더니 말없이 궤를 잠갔습니다. 그 뒤로 철이를 대하는 주인의 태도가 바뀌었습니다. 철이는 영문을 몰랐지만, 묵묵히 일했습니다. 어느 날 주인의 조카가 돈을 들고 찾아왔습니다.”

급히 돈을 쓸 일이 있어 찾아왔는데 아저씨가 안 계셔서 말도 못 드리고 돈궤에서 돈을 꺼내 갔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주인이 매우 부끄러워하며 철이에게 사과하고는 더욱 신임했습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사위로 삼아 대를 잇게 했습니다.

“철이는 너무나 정직해서 장사 수완이 있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손님에게 거짓말하거나 바가지를 씌우지 못했거든요.”

제 말에 시전상인들은 민망한지 헛기침을 합니다.

“다만 재주가 있다면 어느 물건이 싸다 싶으면 사서 비싸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파는 것입니다. 그래서 금세 부자가 되었습니다.”

쉬운 일이지만 욕심 많고 성질 급한 상인들은 그걸 못했습니다. 물건 값이 떨어지면 발발 떨고 오르면 더 오를 것을 기다렸다가 팔 시기를 놓치기 일쑤였거든요. 철이가 우직한 장사법으로 성공하자 시기심이 발동한 상인들은 골탕을 먹이기로 했습니다. 대나무 바구니를 원산 바닷가로 보내면 큰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 했습니다. 우직한 철이는 상인들이 자신을 망하게 하려는 것임을 모르고 대나무 바구니를 사서 원산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그 해 명태가 엄청나게 잡혔습니다. 그릇이 부족해 담지 못했는데 튼튼한 대나무 바구니가 천 개가 들어왔으니 너도나도 구입해 잡은 명태를 넣어 가지고 갔습니다. 이래서 큰돈을 벌었습니다.

“낭패를 본 상인들이 독심을 품고 철이를 망하게 하려고 바람을 넣었습니다. 지금 전라도에서 쌀이 부족해 굶어 죽어 가니 쌀을 가져가면 크게 이익을 볼 걸세. 하고 말이죠. 주위의 상인들도 일제히 그 말이 맞네! 하고 말하자 철이는 창고에 몇 년 묵은 쌀을 몽땅 샀습니다.”

동료는 곡창지대에 쌀을 가져갔으니 이제 홀랑 망했구나 싶어서 손뼉 치고 기다렸는데 이게 웬일입니까? 배가 도착해 보니 도열병으로 낟알이 맺지 못하고 쭉정이가 되어 모두 굶주리게 되었던 것입니다. 다른 상인 같으면 이때다 싶어 비싼 값에 팔 것이지만 선량한 철이는 차마 그럴 수가 없어서 그냥 쌀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마지막 쌀까지 탈탈 털어 모두 나눠주자 모두 고맙다고 절하고 은혜를 꼭 갚겠다고 했습니다. 이익을 볼 수 있음에도 빈손으로 돌아오자 쌤통이다 하며 좋아했습니다. 그래도 철이는 분해하지 않았습니다. 굶어 죽게 된 농민을 구해서 마음이 뿌듯할 뿐입니다. 아내도 장인도 손해를 입은 철이를 잘했다고 격려했습니다.

“이렇게 일 년이 지나 다시 추수기가 왔습니다. 작년과 반대로 철이가 사는 동네는 대흉년이 들어 많은 사람이 굶주리게 되었습니다. 약삭빠른 상인들은 이때다 싶어 지주에게 비싸게 쌀을 사서 매점매석했습니다. 그때 수백 대의 마차가 쌀을 싣고 올라왔습니다. 쌀이다~쌀.”

그 쌀은 대풍년이 든 전라도에서 보내온 것입니다. 그들은 철이에게 받은 것의 두 배로 갚았습니다. 철이는 그 쌀을 예전 가격으로 파니 손해를 본 것은 비싸게 사서 제 가격에 팔아야 하는 상인들이었습니다. 내 말에 시전 상인들의 얼굴이 흙빛이 되었습니다. 그 사람들이 돈을 버는 것이 정당한 상행위가 아니라 매점매석이나 바가지 씌우기였거든요.

“저희 스승인 토정선생이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양반도 장사하라는 것은 욕심 많은 자들이 상도를 모르고 이익만 추구하기 때문이다, 라고 말이죠.”

최영찬 소설가

김포신문  gimpo12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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