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운 발행인

아베 일본 수상의 작심한 행보가 반 트럼프 전선의 구축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중국을 거쳐 인도와 러시아 등 미국이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국가군의 연합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활로를 트겠다는 배짱 큰 전략이다. 트럼프의 국가 선택적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의 섞어 쓰기 전법이 예상된다.
대한민국이 틈새전략으로 한반도 평화와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일본의 아베 총리가 7년 만에 중국을 방문했는데 일본의 유수 기업인들이 500여 명 대거 동반했고 일본 자위대의 최고 지휘자인 통합 막료장도 대동했다. 친미 일변도의 편향된 정책으로 일관한 일본으로서는 의외의 행보다.


미국의 핵우산 속에 국가방위를 해야 하는 일본은 경제 또한 한반도 6.25 전쟁을 통해 미국을 대리한 군수물자조달 등으로 태평양전쟁 패전에서 피폐된 경제를 급속히 살렸고, 그 인연으로 미국과의 경제적 문물 소통으로 국가부를 형성하는 기반이 됐다.

오늘날의 일본 경제의 위대성은 순전히 미국에 힘입은 바가 지대하다. 그런 일본이 미국을 뒤통수치는 새로운 돌파구로 중국을 선택했다. 중국은 미국과의 경제전쟁으로 위안화 폭락과 경제성장의 둔화뿐 아니라 갑작스러운 경제 추락으로 일자리 문제와 두드러진 빈익빈 현상과 중국 GDP의 1.3배에 달하는 1경 9,400조 원의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국유기업 2만여 개의 부채 또한 중국 경제가 급속히 몰락할 수 있는 조건들이 잠복한 국가로서 횡재가 아닐 수 없다.

중국의 국유 기업들은 10여 년 전부터 이익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만큼 나쁘지만 세수, 고용, 투자의 선순환 유지를 통해 성장시키는 경제 패턴 때문에 개혁도 쉽지 않다. 거대한 국유기업들이 은행 상환을 할 수 없는 부도가 발생할 경우, 금융권도 함께 심대한 타격을 입게 돼있는 형편이다. 중국 국유 금융권은 자산도 크지만 부채 규모도 3경 5,640조 원으로 엄청나다.

미국은 차제에 중국을 G2라는 대열에서 낙오시켜 미국 독주의 시대를 길게 연장하는 정책으로 중국을 곤경에 빠트리는 국가 집단우군을 형성하고 있는 중에, 하나의 핵심축인 동북아의 일본이 무너져 내리는 중국의 손을 잡은 것이다. 미국의 중국을 향한 강력한 밀어붙이기 정책에 찬물을 끼얹은 것인데, 과연 이러한 진전들이 남·북한의 문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우리에게는 큰 관심사다. 

일단은 센카쿠 열도의 소유권 분쟁은 미뤄두고 경제분야에만 집중하는 듯 기업 간 협력이 양국 정부 간 공식 승인됐고 일본 수산물의 수입 재개와 300억 달러의 통화스와프까지 좋은 조건으로 맺어졌다. 태국의 스마트시티 사업도 일본의 자본·기술과 협력하여 중국이 건설하게 된다. 중·일이 협력하여 세계 인프라 시장에 나설 경우 그 능력은 폭발적일 것이다.

일대일로의 야심을 눈치챈 중국 주변 국가들의 망설임도 일본의 더 좋은 조건들로 합류 합세한다면 상황은 반전될 수 있다. 또한 미국이 빠진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협정(CPTTP)을 두 국가가 주도할 수 있게 된다. 일본보다는 중국에 더 큰 유리함들이 작용하게 되다보니 아베에 대한 극진한 영접과 중·일의 외교관계를 한 단계 더 격상시키는 파격도 존재한다.

중국과 일본은 아픈 과거 역사도 있고 대만 문제도 있지만 경쟁관계를 상호 협력·협조하는 관계로 바꾸겠다는 시도는 두 나라 모두 미국의 압력 때문에 못살겠다는 신호다. 암묵적 뒷거래의 작용도 엿보인다. 앞으로의 향배가 주목된다. 중국과 일본의 사이에 낀 우리나라의 경우, 이 같은 사안은 너무나 큰 충격이고 위협이다.

오랫동안 외부의 중국 본토 침공 때마다 우리도 외침을 겪었던 과거와 질기게 한반도를 유린한 일본의 역사를 기억할 때, 동북아에서 대한민국의 소외를 결정짓는 두 나라의 상호 간 협력체제는 심각한 우려다. 좋던 싫던 일본은 경제면에서 한국과 협력관계를 유지해온 전통이 있는데 그 판도가 중국으로 바뀌었고 미국으로부터 북한 핵문제에 소외당하고 군수무기 구매 강요와 트럼프 보호무역 정책으로 일본 대미 수출흑자 경감 압박으로 경제활로를 개척할 대상을 찾아 중국과 함께 미국의 보호무역에 대항하기 위한 전략이다.

그 전략이 일본에게 유일한 탈출구가 아니기에 가변성은 있어 보이지만 시도는 엄청 큰 도박이다. 유럽의 입지가 줄어든 지금 유일 미국의 위치가 흔들릴 것인가? 아니면 미국의 반격으로 되레 일본이 몰락할까? 중국을 거쳐 인도와 러시아까지 아베의 우군 확보 행진은 이어진다. 일본이나 중국이나 보호무역체제에서는 세계 유수의 국가로 살아남을 수 없다는 판단일 게다. 토인비의 예언대로 역사의 축은 태평양을 건너 동북아를 비롯한 아시아권으로 진입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 말처럼“미국이 중국을 G2라 칭한 것은 세계무대에서 중국이 통 크게 기여하란 뜻이지 진정한 G2는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고 했다. 일본 역시 미국과 더불어 G2라는 명예를 얻은 바 있었지만 미국의 방해 공작으로 잃어버린 20년 세월을 보냈다. 절치부심한 일본의 시도가 배신의 쓴잔을 마신 트럼프에겐 한반도 평화를 조속히 달성하는데 노력할 빌미가 생겨 남·북 모두에게 또 다른 좋은 기회로 작용할 수 있게 되는 것도 기대해 볼만하다. 서쪽의 곰이나 동쪽의 늑대 어디도 우리로서는 감당 불가능한 존재들이다.

세기의 판세 겨루기의 시작점일 수 있다. 대한민국의 입지를 드높일 전략적 행보가 돋보일 차례다. 남과 북이라는, 핵과 비핵화라는 세계의 이슈가 집중된 한반도도 대망의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역사적 전환점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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