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황금벌판도 꿈속에서나 그려지나
‘米’ 쌀 미자는 八+八을 합성한 글자다. 한 톨의 쌀을 얻기 위해 모내기를 하고 추수를 할 때까지 88번의 노고를 거듭해야 결실하는 땀 흘리고 정성 기울인 과정을 말한다.

지금은 대형 콤바인으로 논 갈고 모심고 벼베기까지 하는 세상이니 오히려 쌀농사가 농사 중에서 가장 쉽고도 수확이 많은 농사가 됐다. 곡식의 대종인 쌀도 70년대 이전에는 풍해, 수해, 냉해에 약한 품종에서 거듭된 종자개량에 의해 풍수해와 병충해에 강하고 미질도 뛰어난 쌀들이 생산된다. 김포 미는 여주와 이천쌀과 더불어 나라에 진상하던 유명세를 탔던 뛰어난 미식감을 제공한 쌀로 많은 국민들에게 사랑받아 주로 서울과 인천에서 소비됐다. 김포지역은 전국 제일의 수리시설로 수도작 재배에 큰 기여로 적기 물공급으로 풍성하고 튼실한 벼를 육성하는 기반도 있지만 미질과 식감의 원천은 토질이다.

김포평야가 서울 강서구와 인천 계양, 서구, 부천 등의 도시화로 급격히 줄어들었고 최근 10여 년간 한강신도시로 장기동, 마산동, 운양동, 구래동의 농지잠식과 주변 개발이 확산되면서 사우동, 풍무동, 고촌읍, 김포본동의 농지도 점차적으로 사라지거나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수리면적은 30년 전만 해도 13,000ha였는데 지금은 6,000ha로 절반 수준으로 줄었고 이 추세라면 10년 내 3,000ha 미만으로 줄어들 것이 예상된다.

가을이 지나면 경쟁적 논 매립 성행
황금물결로 아름다운 풍광을 자아내는 김포 벌판의 백미는 동트는 아침나절 해를 마주하고 서서 바라보는 이슬 맺힌 벼 낱알마다 반짝이는 황금벌판이다. 지금이 한창 추수기이니 10월 중에 아침 벌판을 나가본다면 산속 갈잎 소리와 달리 바스락거리는 벼들의 속삭임과 바람이 불면 출렁거리는 황금물결이 장관이다. 이러한 풍경은 좁은 벌판에서는 좀처럼 감흥이 돋지 않는다. 넓은 벌 일수록 풍요와 만족의 흥겨운 기운이 내 몸을 에워싸는 듯 즐거움을 선사한다. 대자연에서 인간이 만든 또 하나의 대 자연이다. 그런 가을의 모습이 사라지면 매년 연례 답습적으로 김포의 벌판에는 시커먼 덤프트럭들이 나타난다.

5천 년을 이어온 한반도 최초의 쌀 재배 농지가 까만 뻘 흙을 비롯해서 건축폐기물인 콘크리트 분해 가루까지 김포지역을 골고루 찾아 나른다. 매립해서는 안 될 산업폐기물도 어느 틈엔가 바닥에 깔리고 겉에만 멀쩡한 흙으로 메꾸기도 한다. 양질의 농지가 불량한 농지로 바뀌는 동기는 역시 돈의 문제다. 농토를 가진 토지주는 크게 두 가지 이점을 고려한다.

내 땅에 흙을 쌓으면서 차량당 얼마씩의 돈을 받는다. 또 하나는 매립을 하면서 밭으로 전환한다. 논값보다 밭값이 비싸고 밭이 되면 농가주택을 짓기도 용이하고 창고와 공장을 지어 임대 주고 농지가 엉망으로 망가져 논의 기능들이 적어지면 개발 예정지로 되어 개발보상을 기대할 수 있다.

토지이용을 극대화시키는 토지주들은 대체로 농민이 아닌 소유자도 있지만, 대리경작자가 토지주 몰래 흙을 받아 부수입을 챙기기도 한다. 국민의 먹거리 생산, 그것도 기초식량자원을 고갈시키는 행위다. 남북교류 확장과 쌀의 공급 문제도 당면과제다.

민선7기 정하영 시장과 농촌공사의 분발 요구된다 
김포는 도시와 농촌의 아름다운 조화가 밑바탕 돼야 이상적 자족도시로의 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 한강하구의 천연자원과 김포의 강변, 그리고 농촌이 살아야 하성·월곶면 일대가 살기 좋은 전원도시로 가꾸어 나갈 수 있다. 삶의 터전이 보존되고 더 나은 터전으로 발전되어야 삶의 질도 좋아지고 인생의 보람도 피어난다.

벌써부터 하성 후평리와 시암리까지도 매립차량이 다니고 있다. 농민이 사용할 농로의 콘크리트 포장이 깨어지고 농수로가 망가지고 논의 담수기능, 지하수와 산소공급 등 유익성들이 없어진다.

정의를 지키는 민선7기 답게 정하영 시장의 강력한 행정력 발휘로 농로를 이용한 농지 매립이 원천 차단되는 조례 제정을 하고 농촌공사도 시설관리자로서 선제적 제어방안과 농민봉사대를 조직해서 적극적으로 나서주어야 한다. 시설이 다 망가지는데 법 타령에 뒷북치는 행정은 지탄 받을 위선일 뿐이다.

저작권자 © 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