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김성신
 
상추쌈을 하다 달팽이를 봤다
된장을 묻히려다 보니
눈을 뜨고 웅크리며 합장했다

아뿔싸
허물만 부처인 내가
금빛 허우대를 세워 풍경소리 요란하게 듣고
상추 깃에 숨어 봄 한 철 도를 닦다
내 마음 시주받으러 온
너를 몰라봤구나!

긴 혀 침 튀기며
온몸 공글리는 설법을
꼼짝없이 듣겠구나!

[프로필]
김성신 : 전남 장흥, 광주대 대학원 문창과 재학, 불교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 감상]
문득, 우연히, 별일 없다는 것인 별일인 어떤 날 마주친 상추 속 달팽이 한 마리. 어쩌면 아무것도 아닌 생명에 혼을 불어넣는다는 것은 무엇을 어떤 시선으로 보는 가에 달린 것 같다. 시인이 달팽이를 보듯, 달팽이가 닦은 봄 한 철의 도를 닦은 사연을 볼 줄 안다는 것은, 심오한 철학과 광대무변한 이론의 경계 저 너머의 것을 내 것으로 성찰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이런 설법이 떠오른다. 부처는 길 아무 데나 있다. 이 가을, 한 번쯤 생각 밖의 생각을 보는 눈을 가져보자. 지치고 고단한 몸을 가을에 흠뻑 적셔보자. 해탈이 뭐 별건가? 
[글/김부회 시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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