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운 발행인

有志竟成이란 “뜻이 있으면 반드시 이룬다”는 금번 노벨화학상을 수상하는 혼조 다스쿠의 평소 신념이다. 누구나 비슷한 신념과 좌우명은 있지만 실천에는 큰 차이가 있다. 그는 성과를 재촉하는 제자에게 “집을 팔아서라도 실험비용을 준비할 테니 실험할 수 없다”고 말하지 말라고 호통을 친 사람이다. 후배 교수들을 독려하고 “실패하는 게 실험”이라고 독려했다.
우리는 지금 무슨 정신으로 교육하고, 어떤 자세로 후진을 양성하고 있는가? 주입식 교육과 대학가기 교육은 언제나 변화를 가져올 건지, 모두가 궁금한데도 해답도 해결책도 내놓지 않는다. 지금이 중대한 기로다.


200만 년 전 인류의 몸집이 커지고 두뇌 용량이 커졌다는 사실은 높은 열량의 칼로리를 채워갈 수 있는 시대가 지속할 수 있었다는 가설의 증명이다.

비로소 인류의 생명 대폭발이 일어난 시기는 구석기시대가 끝나고 신석기시대에 접어들면서 석기를 비롯해 동물과 싸울 수 있는 무기들의 발전에서 비롯됐다. 동물이라는 적으로부터의 방어수단이 견고해 짐에 따라 인류의 번식은 급속하게 늘어나며 규모적 집단화를 이루었고 동물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하였다.

말과 글에 의해, 생각과 연구가 문명의 새로운 장들을 열어가면서 오늘날의 과학시대를 이룩하여 인류는 그 길었던 진화의 시대를 접고 새로운 종으로의 변화를 시도하는 기점에 도달하였다. 신의 뜻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요즘의 미래 과학은 인간의 영생불사를 추구하고 인류에게 신과 같은 무한대의 능력을 부여하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다.

이미 우리 인류는 신이 이룩한 단초들을 과학이란 이름으로 하나씩 개봉하고 있는 중이다. 올해 노벨 화학상을 받은 친환경 바이오 연료와 바이오 의약품을 개발한 프란시스 아널드 캘리포니아 공대 교수를 주축으로 2명의 과학자도 다윈의 진화론 엿보기를 힌트 받아 인류에게 엄청난 기여를 하는 새로운 물질들을 개발해냈다. 진화에서 생명체의 유전자를 담은 DNA 일부가 무작위로 바뀌면서 일어나는 다양한 화학반응에서 촉매가 되는 효소단백질을 진화 원리로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농업부산물을 자동차와 항공기의 바이오연료나 플라스틱 원료를 만들 수 있고, 미국 제약사는 이 기술로 “휴미라”라는 염증 억제 제품을 만들어 20조 원이 넘는 세계 최고의 매출을 올린 의약품이 되기도 했다. 신의 영역인 생명체의 진화 기법에 기반하였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또 다른 장르인 생리의학상에 일본의 혼조 다스쿠와 미국의 제임스P. 엘리슨의 경우도 외부세균 등이 우리 몸에 들어왔을 때 면역세포들이 작동되어 세균 등을 파괴함으로 생명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데, 암세포가 면역세포를 무력화시켜 암의 확산 원인이 되는데, 이러한 일련의 과정으로 암이 확산되어 살아남는 방법을 연구해서 면역 항암제를 개발해냈다. 암의 행동을 면역항암제가 따라 하기를 한 것이다.

2015년 전미국 대통령인 지미 카터가 뇌까지 전이된 흑색종 암을 4개월 만에 완치시킨 것도 엘리슨 교수와 혼조 교수의 항암제 개발 덕분에 가능했다. 이들의 연구는 90년대에 시작하여 20년 이상 연구된 것으로 연구 시작 근 30년 만에 노벨상을 수상했다. 노벨상을 받기 위한 심사에는 연구자들의 논문 수,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연구에 인용했는지의 피인용수, 그러한 연구결과들이 인류와 사회에 얼마나 크게 영향력을 끼쳤는지의 영향력 지수 등을 판단한다.

1901년부터 시작한 노벨상을 대한민국은 2000년 도에 전 김대중 대통령이 햇볕정책으로 남북화해와 교류에 이바지한 공으로 평화상을 수상했다. 내년이나 후년에는 남북한전쟁을 막고 북미 핵전쟁을 예방한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의 트럼프와 북한의 김정은과 함께 노벨평화상 공동수상이 예상된다. 그러나 세계 10위 경제대국으로 3050 클럽에 들어간 선진국 대열에서 대한민국의 화학, 물리, 생리의학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은 요원하기만 하다.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가 압도적 수상자를 배출한 가운데 일본은 혼조 교수의 생리의학상으로 24번째 노벨수상자가 됐다. 일본의 약진이다. 그리고 그의 말이 새삼 대한민국 교육계는 물론 국민 모두에게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자신은 스스로 어떤 문제가 납득될 때까지 어떤 연구도 안 믿는다”는 확신이다. 이 말은 타 연구를 부정하는 불확신이 아니라 자신이 “아! 그렇구나”하고 깨달을 때 까지는 확신에서 배제하는 연구 태도를 말하고 있다.

네이처나 사이언스에 수록되는 90%는 거짓말로 10년 후에는 10%만 남는다는 그의 공언이 시사하는 바를 뼛속깊이 새겨들어야 한다. 누군가들의 연구들이 얼마나 형편없이 불완전한가를 증명하고 있다. “실험은 실패가 당연하다. 연구에 불가능은 없다. 반드시 길이 있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有志竟成”의 좌우명을 꺼내 든다. “뜻이 있으면 반드시 이룬다”는 신념이다.

우리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혼조 다스쿠와 같은 신념을 가진 연구자들은 다 어디에 있나! 최근 한국의 엑소덴 치약이 노벨위원회로부터 화학상 심사대상임을 알려왔다고 한다. 향후 2~3년의 시간에 인류에 미치는 영향도 성과가 관건이다. 경제적으로도, 교육의 수준에서도, 교육열로도 우리는 일본의 과거 10년 정도 수준에는 도달했는데도 왜 연구분야 노벨상은 전무하고 앞으로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가.

혼조 교수는 일본 정부와 사회가 기초과학에 대한 이해와 지원이 부족하다고 비판한다. 그 소리는 대한민국이 들어야 마땅한 말이 아닐까? 주입식 교육, 대학가기 위한 교육 외에는 아직도 어떤 교육 양태도 보이지 않는다. 과학이 없는 나라는, 과거 힘없는 나라가 복속되듯 노예 국가로 전락하는 미래가 예견된다. 노벨상 수상 못하는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국가 미래가 문제인 것이다.

노벨상 수상자를 발굴하는 연말이 되어 우리는 또다시 어떻게 분발할지를 공론화해야 한다. 뜻이 있으면 반드시 이루는 정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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