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된 꿈으로 옹기는 산산조각이 나고 옹기장수는 홀딱 망했다는 것으로 끝내자 상인들이 피식 웃습니다. 장사꾼들은 허황된 꿈을 꾸어 고단한 생활에 활력을 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지요. 행수가 조금 있으면 배가 떠나야 한다고 재담을 중지시켰지만 나는 한 가지 더 해야 한다고 우겼습니다.

“마지막 이야기는 제가 어렸을 때 여러 번 들려주시던 것입니다.”

나는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말을 이었습니다.

“어느 외딴 호숫가 근처 초가집에 노부부가 살았습니다. 할아버지는 쪽배를 타고 오수에서 고기를 잡고 할머니는 텃밭에서 채소를 가꾸며 근근이 살아왔습니다. 그날도 할아버지는 쪽배에 그물을 싣고 호수로 나갔습니다.”

날씨가 궂어서인지 그물은 허탕만 쳤습니다. 온 종일 변변치 않은 작은 고기 몇 마리만 잡았지만, 저녁 찬거리로 충분했기에 마지막 그물을 올리는데 커다란 잉어 한 마리가 들어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웃음꽃이 피어 잉어를 바구니에 넣고 노를 저어 뭍으로 왔습니다. 바구니를 번쩍 들어 올리는데 잉어가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런 일은 처음이라 할아버지는 망설이다가 호수에 놓아주었습니다. 잉어가 펄쩍 뛰어 인사를 하는 듯하고 사라졌습니다. 할아버지는 왠지 기분이 좋아져서 싱글벙글하며 돌아왔습니다. 다음날도 호수에 나갔습니다. 잘 생긴 젊은 선비가 두 손을 모으고 공손히 절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누군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선비가 놀라운 말을 했습니다.

“어르신, 저는 어제 목숨을 살려준 잉어입니다. 실은 호수에 사는 용왕의 아들입니다.”

아버지 몰래 잉어로 변신해 외출 나왔다가 그물에 걸렸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소원을 말하라는 했습니다. 할아버지는 머뭇거리다가 할머니의 평생소원인 기와집을 달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선비는 웃으면서 집에 돌아가면 소원이 이뤄졌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아이고, 여보! 산에 가서 나물을 캐오니 우리 집이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오.”

할머니의 말에 할아버지는 잉어를 살려준 보답을 받은 것이라 말했습니다. 기와집에 들어가니 낡은 살림은 다 사라지고 새 집기들이 있었습니다. 곳간에는 쌀도 그득해서 할아버지는 어부 노릇을 그만두어도 되었습니다. 며칠 지나자 할머니가 투정을 부립니다.

“영감은 배포도 작지. 용왕의 아들을 살려주었으면 더 큰 것도 해줄 수 있을 텐데. 어서 호숫가로 나서 아흔아홉 칸 집에 대갓집처럼 살게 해 달라고 해봐요!”

할아버지는 싫다고 했지만 떠밀어서 어쩔 수 없이 호수에 갔습니다. 시커먼 먹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한참을 주저하다가 신비를 불렀습니다. 선비가 물속에서 나와 할아버지의 소원을 들었습니다. 집에 가면 이뤄질 것이라고 말하고는 사라졌습니다. 집에 돌아오니 정말로 작은 기와집이 있던 자리에 어마어마하게 큰 집과 함께 하인과 하녀가 득시글거렸습니다. 할아버지는 이만하면 만족하냐고 하니 할머니는 신경질을 부립니다.

“용왕의 아들이 이런 재주가 있다면 용왕은 못할 것이 없겠지요? 용왕이 되고 싶어요.”

할아버지는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할머니는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며 용왕이 되고 싶다고 소리쳤습니다. 할 수 없이 할아버지는 호수가 갔습니다. 강풍이 파도를 일구는데 큰 소리로 선비를 불렀습니다. 한참 만에 선비가 슬픈 표정을 지으며 나타났습니다.

“이보게, 할멈이 용왕이 되고 싶다고 하네. 이게 말이 되는가?”

선비는 집에 돌아가 보라고 하고는 쑥 들어갔습니다. 집에 돌아와 보니 큰 집은 간 곳 없고 초가집만 보였습니다. 할머니는 마당에 쭈그리고 앉아 자신의 욕심이 지나친 것을 후회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저기서 상인들이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최영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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