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광식
김포대 총동문회장
전 경기도의원

우리 시대 고전의 대가로 널리 알려진 김원중 교수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문화의 핵심적 문화 코드로 자리 잡은 고사성어는 삶을 살아가는 지침이나 현실적인 문제를 단 한마디로 담은 촌철살인의 보고(寶庫)라고 말했다. 우리 모두 각자 살아가면서 마음속에 지니고 있는 고사성어가 몇 개쯤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고사성어에 담긴 인생의 지혜가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방향을 이끌어주고 단단하게 해준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생활의 지침이 되어왔던 고사성어 중에서 특별히 김포대 총동문회장으로서 대학에 다니는 젊은이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고사성어를 간추려 보았다.

1. 지학, 이립, 불혹, 지천명, 이순, 종심(志學, 而立, 不惑, 知天命, 耳順, 從心, 논어) : 공자가 만년에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수양의 발자취를 술회한 말로 인생의 여섯 단계를 나타내고 있다. 논어의 글을 현실의 사회생활과 연계시켜 정리해보면 ①지학은 열다섯으로 대개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거나 다니는 학생 때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진학해서 무엇을 공부할지, 또는 어떤 일을 할지를 생각해야 한다. ②30대 이립은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독립해서 스스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 ③40대 불혹은 자신의 기술이나 전문성을 가지고 흔들림 없이 일을 해나가야 한다. ④50대 지천명은 이제껏 쌓아온 경험을 살려 몸담고 있는 공동체에 이바지하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깨우쳐야 한다. ⑤60대 이순은 젊은 사람의 의견도 마음을 열고 귀 기울여 들어주며 독려해 줄줄 알아야 한다. ⑥70대 종심은 유유자적하는 나이로 사람들과 사회에 폐가 되지 않도록 살아야 한다.

2. 온고지신(溫故知新, 논어) : 옛것을 익혀서 새로운 것을 안다는 뜻으로, 불로 고기를 익히듯 시간을 들여 반복해서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현명한 사람은 자신의 과거의 행동에서 교훈을 삼을 줄 알기에,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노력함으로써 자신의 지난 행동을 살려낼 줄 아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경험만이 아니라 숱한 인간의 경험이 집약된 지혜의 보물창고인 역사를 공부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3. 익자삼우 손자삼우(益者三友 損者三友, 논어) : 보탬이 되는 벗이 셋이고 해가 되는 벗이 셋이라는 뜻으로, 나쁜 친구를 멀리하고 좋은 친구를 가까이 하는 일은 인생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가르침을 담고 있다. 어려움이나 걱정이 있을 때 힘이 되어주는 친구가 있다면 그런 친구가 고마울 따름이다. 또한 사업을 준비하거나 추진할 때 자기 일처럼 조언도 해주고 지혜도 빌려주는 친구는 큰 버팀목이 된다. 그러나 도움을 받겠다는 속셈을 가지고 친구를 사귄다면 진실한 친구를 얻을 수 없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4.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한서) : 백번 듣는 것은 한번 보는 것만 못하다는 뜻으로, 간접적인 정보에 의존하기 보다는 실제 자신의 눈과 다리로 확인하는 쪽이 좀 더 정확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로 쓰인다. 이 고사의 배경이 되는 시대와 지금은 이천년 이상 차이가 있지만 기본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현재 발달한 정보기술과 정보망을 활용한다면 통계숫자와 문서자료는 어느 정도 모을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정보량이 많아도 핵심을 잡지 못하면 중요한 판단을 그르치게 된다. 때문에 직접 자신의 눈으로 확인해서 자신감을 가지면 통찰력이 생기게 마련이다.

5. 기우(杞憂, 열자) : 기(杞)나라 사람의 걱정이라는 뜻으로 앞일에 대해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것을 말한다. 나는 이 기우를 단순히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는 이야기로만 생각하지 않고 어떤 문제가 일어나려고 할 때 끝까지 신중한 태도로 접근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 결과 기우로 끝났다면 다행 아니겠는가!

6. 복수불반분(覆水不返盆, 습유기) : 땅에 엎질러진 물은 다시 원래 그릇에 담을 수 없다는 뜻이다. 가벼이 행동하다가 돌이킬 수 없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이다.

7.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 열녀전) : 배나무 아래에서는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뜻으로, 남에게 의심 사는 행동을 하지 말고, 나아가 의심을 살만한 행동은 주의 깊고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말이다.

8. 영위계구 물위우후(寧爲鷄口 勿爲牛後, 전국책) : 닭의 부리가 될지언정 소의 꼬리는 되지 말라는 뜻으로, 힘 있는 세력에 영합하려고 하기 보다는 작은 규모라 하더라도 독립해서 최고가 되는 것이 낫다는 의미로 쓰이는 말이다.

9. 낭중지추(囊中之錐, 사기) : 주머니 속의 송곳이라는 뜻으로, 재능이 있는 사람은 사람들 무리에 섞여 있어도 저절로 그 재능이 알려져 능력을 발휘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애써 길러둔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려면 적극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중심으로 들어가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10. 대기만성((大器晩成, 위서) : 큰 그릇은 늦게 이루어진다는 뜻으로 위대한 인물은 대성하기 까지 시간이 걸린다거나, 큰 인물은 일찍부터 두각을 나타내지는 않으나 결국에는 세상에 자신의 가치를 발휘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세상에는 톡톡 튀는 재기를 인정받아 시류를 타고 화려하게 자신을 불태우다가 어느새 시들어 버리는 경우도 많다. 이와 비교해 진정한 실력을 쌓아 세상에 나오는 대기만성형 인물은 일단 나오고 나면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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