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운 발행인

며칠 후면 민족 대명절인 추석절이다.
풍요의 상징인 명절에 홀로 사시는 노인들은 과연 명절의 기쁨과 풍요를 느끼고 감사할까? 주변을 둘러보고 이웃의 외로움을 함께 나누는 마음이 우리 모두의 가슴에 와 닿았으면 한다.
노년의 건강한 삶도 중요하지만 “혼자라는 무섭고 사나운 벽”은 우리가 함께 견디어 낼 사회적 가치이고 인간존중의 행로다. 작금의 신 고려장이라고 불리는 노인요양시설도 한 번 들어가면 나오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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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말 통계청이 발표한 우리나라 건강수명은 기대수명의 80%수준이다. 기대수명 80세를 기준한다면 20%인 16년간은 질병을 안고 살아야 한다는 통계다. 80세 기준 64세부터 건강하지 못한 삶이 대기하고 있는 울적한 소식이다.
그러나 최근의 고독사 관련 문제는 더욱 심각하고 우울하다. 2017년도 고독사 추정 2,010명이고 4년 만에 57%가 증가했다고 하지만 정확한 통계는 없다. 2015년 기준 1인 가구는 27.2%로 엄청난 국민이 혼자서 사는 시대가 됐다.

문제는 젊은이들보다 노인들이다. 노인이 되어 자연스럽게 부부 중 한 명이 먼저 가게 되면 혼자 사는 “독거노인”으로 불리게 된다. 이미 일본에서는 성업이 되고 있는 청소전문 특수업체도 10여 곳이 넘고 유품정리나 재활용, 이삿짐 정리 관련 기업은 1,000개소가 넘는다.
홀로 살다 돌아가시면 일주일도, 한 달도 더 걸려서 죽음을 알게 된다. 이때 나타나는 것이 전문 특수업체다.

죽은 시신이 썩고 냄새나고 부패의 파생들이 즐비한 방에 들어가 시신을 수습하고 유황 타는 냄새 같은 시취를 참아내며 작업을 끝내기까지 2~3주를 고생해야 한다. 시신의 부패액이 새끼손가락 한마디 정도의 면적만 묻어있어도 온 집안에 악취가 진동한다고 한다.
청소업체 직원들의 고통은 2차, 3차적으로도 발생하여 하루에 목욕을 2번, 3번 해도 몸에서 냄새가 지워지지 않는다고 한다. 어떤 때는 문틈과 싱크대 밑은 물론 장판 밑 콘크리트까지 갈아내야 하고 화학약품으로 벽과 바닥을 살균 청소한다. 

목욕탕에서 죽어 부패한 시신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만지는대로 살점이 묻어나는 작업은 보통의 간 크기로는 감당이 안될 만큼 소름 끼치는 일이다. 청소하는 그분들이 꿀 악몽은 또 어찌할 건가!
노인천국 일본은 2000년대부터 시작한 특수 청소는 더 많은 업체들이 더 나은 서비스로 경쟁할 만큼 이 분야도 성업 중이다.

일본에서는 복지공무원이 수시 방문 체크와 우편, 신문, 배달원과 전기, 가스검침원도 고독사 징후를 확인하여 신고하는 체계를 갖고 있다. 무연고도 있지만 가족과의 왕래가 뜸하거나 아예 방치되어 주변과의 단절이 고독사를 만들어 내는 주범이 된다.
초고령사회 일본에 가면 정말로 거리마다 노인이 많다는 것을 실감한다. 70세 노인이 운전하는 차는 녹색의 네잎클로버를 붙이고 다니고, 노인 치매에 담긴 의미가 환자를 비하한다고 하여 인지증(認知症)으로 명칭도 바꾸었다. 노인전용 종합병원도 있다.

그들에게 배울 점은 국민 간 소통의 장려정책이라 할 수 있다. 공항의 등받이 의자에는 군데군데 노란색 커버를 씌운 것이 일반의자 한쪽에 몰아넣지 않고 중간중간에 배치하여 노인들이 젊은이들과 자연스럽게 섞이게 하여 부자연스러움을 없앴고, TV 예능 프로그램에는 80세 노인과 20대 젊은이가 함께 출연하여 노인과 젊은이 세대 간의 간극을 없애는데 노력하고 있다.
세대교류의 폭들이 사회 곳곳에서 넓혀지고 있다. 빠르게 고령화되는 우리의 현실도 5년 후면 초고령사회의 초반에 진입하게 된다. 노인들이 사회에서 소외되지 않고 살 수 있는 사회적 제도들이 많이 생겨나야 할 시점이다.

일본 치매환자들이 보유한 금융자산이 2030년 이면 2천조 원에 달해 GDP 5,000조 원의 40% 수준을 차지하게 될 전망도 일본 노인의 자산규모가 크기도 하지만 활용 불가능 상황의 금융자산이 끼칠 경제성장 영향도 큰일이다. 본인의사가 확인되지 않으면 가족 간에도 예금인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노인들은 일본 노인들처럼 부유하지 못하다. 60대는 당연히 일하고, 70대 되어도 생존을 위한 생업에 종사해야 하는 인구층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OECD 국가 중 노인빈곤이 가장 극심한 상황이다.

세계 각국이 일자리 정년과 국민연금 지급시기를 65세로, 70세로 상향 조정하는 것은 수명의 연장에 기인하여 100세 시대를 대비한 고육책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경우는 자식 교육에 올인하다시피 재산을 밀어 넣고도, 백수 자식을 위한 허드레 돈벌이를 하는 기현상이 있기 때문이다. 

수명도 빈익빈 부익부의 불평등 현상이 현저하여 생물학적 한계까지 살 수 있게 돕는 생명과학과 의학의 도움 여부가 수명에 많은 차이를 보이게 됐다.
빈부격차에 의한 건강 양극화 현상도 건강  약자에 대한 사회적제도로 합리적 균형을 이루게 하기 위한 노력들이 필요하다. 

또한 필연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우리의 국민연금이 실질적 노후보장을 위한 장치로 가는데 국민적 합의 도출을 어떻게 할 것인가도 생각해보고, 2057년 기금 고갈을 예고하는 계산이 나온 이상,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지경이라는 인식도 있다.
현재의 기금 635조 원은 엄청난 돈이지만 앞으로 39년 만에 고갈된다. 절대 많은 기금이 아니다.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대책은 하루라도 빨라야 한다. 저임금 노동자와 실업자에 대한 대책만큼 급하다. 

신고려장이라 불리는 노인요양원은 한 번 들어가면 가족품으로 다시 돌아오기 어렵다. 요양원에서 요양병원으로 5년이던, 10년이던 지내다 죽음이라는 필연적 자유를 찾게 된다.
휴머니즘과 인권을 논하면서 우리는 낳아서 기르고 가르친 부모를 편리성과 합리성의 명분으로 제도로 묶어 손쉬운 방법을 택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고향을 찾고, 조상을 찾아 성묘하는 추석 명절을 맞아 한 번쯤 깊게 생각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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