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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감상] 와사등

와사등

                                  김광균

 

차단―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려 있다
내 호올로 어딜 가라는 슬픈 신호냐

긴― 여름해 황망히 나래를 접고
늘어선 고층(高層) 창백한 묘석(墓石)같이 황혼에 젖어
찬란한 야경 무성한 잡초인 양 헝클어진 채
사념(思念) 벙어리 되어 입을 다물다

피부의 바깥에 스미는 어둠
낯설은 거리의 아우성 소리
까닭도 없이 눈물겹고나

공허한 군중의 행렬에 섞이어
내 어디서 그리 무거운 비애를 지니고 왔기에
길―게 늘인 그림자 이다지 어두워

내 어디로 어떻게 가라는 슬픈 신호(信號)기
차단―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리어 있다

[프로필]
김광균 : 1914~1993, 경기 개성, 시집[와사등][기항지][황혼가]

[시 감상]
세월이 아무리 지나도 좋은 시는 좋은 시다. 때때로 현대라는 시간에 지쳐 과거로의 회귀를 하고 싶을 때, 오래전 시를 읽으면 향수가 되살아나기도 한다. 그 향수 속에는 반성과 성찰과 지금 나의 모습이 묘한 인과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 홀로 어디로 어떻게 가라는 슬픈 신호! 작금의 혼탁한 국제정세에 시의적절한 구절이다. 여름이 시작이다. 더위에 지칠 때 오래된 시 한 편의 서늘함을 느껴보자.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김포신문  gimpo12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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