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운 발행인

분단국가의 군 대체복무제도는 한반도 평화를 논의하고는 있지만, 아직은 이른 감이 있다. 군대는 남성들의 자존심이자 성역이기 때문에 성역에의 균열현상은 자칫 국가와 애국심에 대한 도전을 불러올 수 있다. 5년간 2,700여 명의 병역거부는 꼭 인권의 문제로만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시간을 갖고 긴 호흡으로 신중하게 논의해야 한다.

북한의 핵 개발이 미국의 안보를 위협할 상황에 이르자 핵을 자체적으로 관리 통제하기 어려운 비정상 국가로 북한을 분류하다 보니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 핵 통제가 시급한 세계 현안으로 떠올랐고 트럼프·김정은 회담 이후 종전선언, 평화협정이 거론되더니, 지금은 북한의 인프라 투자 등 북한개발과 경제현대화 관련 미·중·일의 뜨거운 관심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이런 과정의 중심과 중심 역할은 대한민국이 놓쳐선 안 될 중대사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우리의 염원과 달리 또 다른 마찰과 의견들이 국면을 험악하게 몰고갈 수 있는 새로운 돌발 변수들은 항상 존재한다.
남북의 대화 종결점은 통일이지만, 자유민주주의 체제하의 통일이어야 하고, 언제가 될 수 있을 런지는 아무도 예측하기 어렵다. 통일보다 급한 것은 피차의 평화공존이 우선이다.
평화상태에서 남·북의 공동번영을 추구하고 다음 세대에 민족의 대 화합은 반드시 이룩해야 할 목표다.

그때까지는 남·북 서로가 공존하기 위한 정도의 무장과 무력의 군사적 균형이 맞춰져야 평화가 유지 보장되고 서로 간 신뢰를 쌓는 좋은 조건들이 된다.
군사력의 측정은 무기와 군인 숫자뿐 아니라 정보와 예산 등 다양한 요소들의 비교평가다.
그중 예전이나 지금이나 군사의 숫자는 주요한 잣대 중 하나다.
남·북 관계도 지금은 좋은 결과를 위한 시작에 불과한 만큼 성급한 군사력 위축은 남·북 협상과 과정·진행을 보면서 조절하여야 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헌법재판소가 6월 28일 발표한 종교·신념 등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하는 사람들 위한 군, 대체복무제를 헌법에 어긋난다며 병역법 헌법 불합치 판결을 내렸다는 것인데, 군대라는 특수성과 남자라면 모두가 특별한 정신적·신체적 중대한 결함이 없으면 무조건 입대하는 것을 당연시할 만큼 군대는 남성들에게는 보편적인 정당성이자 의무다.
국가에 대한 4대 의무를 논외로 하더라도 남성들 사이에서는 하나의 긍지요 자랑이기도 해서 가장 힘든 훈련을 거쳐야 하는 해병대도 그래서 인기가 높다.

의무가 아닌 권리로 받아들일 만큼 군대 입영은 남성성을 상징한다.
최근 5년간 병무청 통계를 보면 입영과 집총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2,756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99.4%가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이다. 종교적 교리에 의해 군대에 갈 수가 없다는 것. 세상에는 다양한 종교가 있지만 외적과 싸우지 않는 종교는 없다. 개인들도 부당한 복속 강요에는 대항을 한다.

3천 년 전 인도를 지배한 자들은 카스트제도를 만들어 제도적으로 인간의 등급을 매기고 불가촉천민이 된 원주민들은 지금도 인권의 유린 현장에 적나라하게 노출돼있다.
자신들을 지켜내지 못한 가혹한 형벌이 대대로 이어지고 후대로도 이어질 것이다.
어쨌든 양심적 병역거부를 보다 진보된 상황논리로 거론하는 시대적 현상의 도래다.
그러나 아직은 안보상황이 막중한 만큼 정치적·사회적·종교적 논의도 신중해야 하고, 누구는 군대 가고 누구는 예외가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입영예정자나 군필자 모두의 합의되는 정서도 요구된다.

핵심 쟁점인 대체복무자의 복무기간과 어떤 범위의 직무를 수행할 것인가? 는 폭넓은 사회적 공감과 긴 시간 공론화를 거치는 과정에서 순화 될 것이다. 하루아침에 뚝딱 결정될 사안은 아니다.
최저임금, 주 52시간 근로처럼 인내하면 되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가의 중대한 이슈로 다뤄서 찬·반을 통한 국민 공감대 형성이 안 된 상황에서 시행되면 국가와 개인 간의 심각한 괴리현상을 초래할 것이기에, 군에 갔다 온 국민이나 예정인 국민들이 국가에 대한 충성이나 애국심이 박탈되지 않도록 신중할 일이다.

인구가 감소되고, 병역기간이 짧아지고, 대체복무가 허용된다면, 부사관 등 직업군인을 늘리던가, 모병제와 징병제를 양립시켜 모병제 군인은 5년, 10년 등 전문직 군인으로 공무원으로 양성하고 징병제 군인은 현행대로 운영하는 등 다양한 논의들을 필요로 한다.
어쨌든 분단국가에서의 양심적 병역거부는 아직은 쉬운 논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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