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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감상] 출구

출구
                     이규리

전철 안에서 툭, 핸드백이 떨어지자
기다린 듯
빗장 풀린 일가족이 두두두 뛰쳐나갔다

의자 밑으로 하이힐 뒤로
구르다가 가까스로 멈추었는데, 엄만 멀리
출구 쪽으로 굴러가 있었다

출구는 엄마를 이해했을까
방 한 칸에 함께 웅크리고 잘 때도
엄마 자리는 문 쪽이었다

생각해 봐
엄만들 왜 바깥을 몰랐겠어
문 쪽을 서성인 건 꼭 나가려는 뜻이 아니겠지만,

흩어진 식솔들이 가 자리 잡은 곳
스물여덟에 죽은 언니 함께
게나 곰이나 전갈이 되어 짐승처럼 웅크려 이은
자리

핸드백이 쏟아졌는데
우린 뿔뿔이 흩어졌는데
전철 바닥에 생긴 저 난처한 별자리

[프로필]
이규리 : 현대시학 등단, 시집[앤디워홀의 생각][뒷모습]외 다수

[시감상]
어쩌면 출구는 입구와 같은 말일지도 모른다. 엄마 자리는 늘 문 쪽이었다는 본문의 말에서 엄마는 늘 가장 늦게 한 칸짜리 방에 들어오신 것은 아닐까? 나갈 땐 가장 먼저, 들어올 땐 가장 나중에, 그 자리가 우리네 어머님의 자리였다. 아랫목과 달리 윗목은 무척 추웠을 텐데, 지금 나는 이렇게 폭신한 침대에서도 투덜거리기만 하는데.                                                                                                              
[글/ 김이율 시인, 문학평론가]

김포신문  gimpo12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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