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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감상] 밑줄

밑줄     
                              신지혜

바지랑대 높이
굵은 밑줄 한 줄 그렸습니다
얹힌 게 아무것도 없는 밑줄이 제 혼자 춤춥니다

이따금씩 휘휘 구름의 말씀뿐인데,
우르르 천둥번개 호통뿐인데,
웬걸?
소중한 말씀들은 다 어딜 가고

밑줄만 달랑 남아
본시부터 비어있는 말씀이 진짜라는 말씀,

조용하고 엄숙한 말씀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인지요

잘 삭힌 고요,

空의 말씀이 형용할 수 없이 깊어,
밑줄 가늘게 한 번 더 파르르 빛납니다

[프로필]
신지혜 : 미주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재외동포문학상 대상, 한영 대역시집 외 다수

[시감상]
한때 ‘밑줄 쫙’이라는 말이 유행했던 시절이 있었다. 중요한 부분이고 기억해야 할 부분이라 것을 강조하는 말이다. 주요 부분에 형광펜을 긋거나 알록달록한 색을 칠하는 것도 잊지 않으려는 행동이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정작 중요한 것은 밑줄이 그어지지 않은 그 주요 부분의 옆에 있는 것들 아닐까? 본문의 내용처럼 허공에 그어진 바지랑대에 걸려있던 그 말씀들은 모두 사라진 빈, 허공에 걸린 밑줄, 나는 어디에 밑줄을 긋고 사는지? 빈 가슴에 밑줄 한 번 그어보자. 뭐든…

[글/ 김이율 시인, 문학평론가]
 

김포신문  gimpo12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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